대우조선 인수하려고 매각해야 했던 현대힘스… 덕분에 사모펀드는 벌써 100억 챙겼다
HD현대, 2019년 대우조선 인수 추진 당시 협력사 달래고자 현대힘스 매각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둔 현대힘스가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보다 높은 수준에 공모가를 확정하면서,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PE)가 구주매출로 두자릿수 수익률을 낼 수 있게 됐다. 제이앤PE가 남은 현대힘스 지분을 의무 보유기간이 끝나는 2025년 통매각할 계획인 가운데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 전략에 따라 최종 수익률이 결정될 전망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힘스는 오는 26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다.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밴드 5000~6300원을 웃도는 7300원으로 정해졌다.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이 흥행한 덕이다. 일반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한 청약에서도 1221.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대힘스의 최대 주주는 허큘리스홀딩스로 지분 75%(222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제이앤PE는 제이앤허큘리스 PEF를 결성하고, 제이앤허큘러스 PEF가 지분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법(SCP) 허큘리스홀딩스를 통해 현대힘스를 인수했다. 현대힘스의 나머지 지분 25%는 HD현대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현대힘스를 매각했다. 당시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나섰던 시절이다. 현대중공업 직속 기자재 업체가 있을 경우 인수 후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물량까지 모두 가져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현대중공업은 ‘협력업체들과의 동반 성장’을 이유로 현대힘스와 현대중공업터보기계 등 기자재 업체들을 매각했다. 제이앤PE는 당시 HD현대의 속사정 덕분에 좋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었다.
허큘리스홀딩스는 2019년 4월 현대힘스 지분 75%를 약 975억원에 취득했다. 주당 4392원이었다. 현대힘스는 이번 공모 물량의 40%(348만3000주)가 구주매출이다. 취득가와 공모가를 고려하면 제이앤허큘러스 PEF는 구주매출로 101억원의 이익을 얻는다. 수익률은 66.2%이고, 연수익률(2019년 4월~2024년 1월)로 환산하면 11.3%다.
허큘리스홀딩스는 남은 1871만7000주(상장 후 지분율 53.75%)를 1년간 보유한 뒤 매각에 나서기로 했다. 제이앤허큘리스 PEF는 현대힘스 상장을 추진하면서 존속 기한을 2025년 4월까지로 1년 연장한 상태다. 추가 연장 가능성도 있으나, 상장 이후 원매자를 찾는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에선 HD한국조선해양이 현대힘스를 되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2019년 현대힘스를 매각했음에도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후 한화그룹 품에 안기며 한화오션으로 새출발했다. 현시점에선 HD현대중공업이 현대힘스를 다시 인수해도 문제가 없다.
남은 지분을 얼마에 팔지에 따라 제이앤PE의 최종 수익률이 결정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하더라도 현대힘스가 제이앤허큘러스 PEF 존속기한까지 공모가만 유지해도 544억원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연수익률(2019년 4월~2025년 4월) 8.84% 수준이다. 현대힘스가 공모주 열기에 힘입어 ‘따따블(공모가의 4배·2만9200원)’을 기록한 뒤 주가 수준을 이어간다면 연수익률은 37.13%에 달한다.
문제는 공모주들의 주가가 뒷심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최근 공모주들은 상장 직후 주가가 치솟았다가, 이후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일이 잦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한 최근 2년간 신규 상장한 종목 가운데 52.9%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제이앤허큘러스 PEF의 현대힘스 매각가가 주당 5300원을 밑돌면, 정기예금 연수익률(3.5%)에도 못 미친다.
현대힘스는 주가를 뒷받침할 실적이 꾸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힘스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2026년까지 생산 물량을 확보해 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대힘스는 선박의 앞뒤 부분에 들어가는 곡선 모양의 블록인 곡블록 제조가 주력 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 등의 선박 건조량이 늘어나면 현대힘스의 매출도 증가하는 구조다.
현대힘스는 이번 공모 과정에서 조달하는 367억원을 신사업에 투자한다. 선박 독립형 화물창·연료탱크 제작 공장을 전남 영암군 용당일반산업단지에 짓는다. 현대힘스는 해양 분야 환경 규제가 강화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암모니아 운반선용 화물창·연료탱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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