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or자유선택?' 그들의 이적에 팬들은 왜 분노하나 [스한 위클리]

이재호 기자 2024. 1. 23.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배신자의 탄생일까. 아니면 개인의 자유 선택을 팬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2024시즌을 앞두고 이적시장을 보내고 있는 K리그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만한 이적들이 연속해서 나왔다.

수원 삼성에서 전북 현대로 이적한 권창훈. 울산 현대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김태환, 그리고 FC서울에서 서울 이랜드 FC로 이적한 오스마르는 이적 발표가 난 이후 지난 팀들의 팬들로부터 큰 비난과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왼쪽부터 권창훈, 김태환, 오스마르. ⓒ전북 현대, 서울 이랜드

▶'수원 상징' 권창훈의 충격적인 전북 이적

프랑스와 독일에서 활약하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활약한 미드필더 권창훈. 권창훈은 수원 유스인 매탄고를 졸업해 수원에서 프로 데뷔를 하고 2년 연속 K리그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되는 등 수원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30여 년간 빵집을 운영하며 뒷바라지한 아버지의 사연 등으로 '빵훈이'라는 애칭으로 수원 팬들에게 '수원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권창훈은 2017년부터 프랑스 무대로 옮겨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는 손흥민과 맞먹는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가 됐다.

하지만 월드컵을 직전에 두고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고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모두 놓친 권창훈이다.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었지만 군문제로 인해 국내 복귀를 할 수밖에 없던 안타까운 사연 역시 수원 팬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2021년 여름, 수원으로 복귀한 권창훈은 반년만 뛴 후 상무에 입대한 후 지난해 여름 다시 수원으로 돌아왔다. 당시 수원은 감독이 3차례 바뀌고 강등 위기에 놓인 상황이었기에 권창훈에 대한 수원팬들의 기대감은 남달랐다.

하지만 팬들의 행복은 잠시였을까. 권창훈은 부상을 이유로 계약 후 단 한경기도 뛰지 못했고 수원 역시 충격의 강등을 당한 것. 고액 연봉자인 권창훈이 아예 경기를 나오지 못한 것도 원망스러운 데 한창 시즌중인 지난해 7월 '유튜버' 이수날과 결혼을 한 것 역시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또한 일부 팬들 사이에서 권창훈이 관중석에 있을 때 사인과 사진 요청에 인색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팀이 강등을 당해 선수단이 나와 사과할 때 모습을 비추지 않은 점 등 비난을 받았다.

ⓒ프로축구연맹

가뜩이나 '미운 구석' 있는 상황에서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은 자유계약선수(FA)가 되고 수원이 라이벌로 여기는 전북 현대로의 이적을 택했다는 점. 팀이 강등을 당해 힘든 상황에서 수원의 상징이라 믿었던 선수가 이적료조차 남겨주지 않고 라이벌팀으로 떠났다는 사실은 국내 최고의 팬덤을 보유한 수원 삼성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권창훈은 "내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긴 했지만 이미 마음을 돌린 수원 팬들은 '가장 사랑하는 선수'에서 '가장 미워하는 선수'로 입장을 바꾼 지 오래였다.

▶'팬들 앞에서 눈물→라이벌팀 이적' 김태환과 오스마르

현재 아시안컵에서 활약 중인 국가대표 풀백 김태환과 K리그에서만 9시즌을 뛴 외국인 선수 오스마르 역시 이적 후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과 성남을 거쳐 2015년부터 무려 7시즌동안(상무 제외) 울산 현대에서 활약한 김태환은 울산을 상징하는 풀백이었다. 준우승만 계속해서 '준산'이라는 조롱을 들을 때도, 홍명보 감독이 오며 이를 극복하고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할 때도 항상 그 자리에 있어 그를 향한 울산 팬들의 사랑은 대단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김태환은 조금씩 주전에서 밀렸고 계약이 만료되자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김태환은 1월1일 모처에서 팬들을 모아 눈물을 흘리며 '울산을 사랑하지만 계약제의가 없다'고 말해 울산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이틀 후 기사를 통해 김태환이 라이벌팀인 전북으로 간다는 것이 알려졌고 팬들은 작별인사 다음날에 전북으로 신체검사를 받으러 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팬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곧바로 라이벌팀으로 이적했다는 사실에 울산 팬들은 7년간의 사랑을 배신감으로 치환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축구연맹

오스마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임에도 FC서울에 대한 애정은 물론 팀의 주장까지 맡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오스마르. 무려 9시즌이나 FC서울에서 활약했고 계약이 만료돼 동남아리그로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들리자 서울팬들은 오스마르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나가 환송식을 열었다. 특히 오스마르가 가는 길에 그의 응원가를 부르며 배웅했다.

오스마르 역시 이런 FC서울 팬들의 환송에 눈물을 흘리며 FC서울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이별로 끝나는가 했지만 지난해 12월말 떠났던 오스마르가 1월초 다시 한국에 왔다. FC서울의 지역 라이벌팀인 서울 이랜드 입단을 위해서다. 물론 FC서울과 서울 이랜드는 K리그1(1부리그)과 K리그2(2부리그)로 활약하는 리그가 다르기에 충돌도 거의 없어 라이벌 의식이 강하진 않지만 눈물을 흘리며 보냈던 오스마르가 서울이지만 서울이 아닌 팀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에 FC서울 팬들로선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프로축구연맹

▶배신자or개인의 선택

해당 이적건들은 모두 팬들이 애정을 듬뿍 보냈던 선수가 갑자기 라이벌팀으로 이적하면서 발생한 일들이다. 게다가 이적전의 행동과 후의 행동이 180도 바뀐 모습은 팬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줬다.

팬들은 '배신자'라며 비난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FA로써 개인의 선택을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원소속팀에서 자신을 잡아주지 않았고 '고액 연봉자'를 받을 수 있는 팀들이 한정된 K리그 여건상 라이벌팀 이적은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이적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팬들을 납득시키기 어려운 이적은 가장 사랑받던 선수를 '배신자'로 만들기도 하는 이적시장이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