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첫 해..로돈 손 잡은 양키스의 참담한 선택, 올해는 과연 달라질까[슬로우볼]

안형준 2024. 1.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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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첫 해는 그야말로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과연 올해는 달라질 수 있을까.

뉴욕 양키스는 지난 오프시즌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다. 팀의 상징이 된 애런 저지에게 당시 메이저리그 역대 연평균 최고액 기록을 쓰는 9년 3억6,000만 달러 계약을 안기며 그를 잔류시켰다. 데릭 지터의 은퇴 이후 공석이었던 '공식 캡틴' 자리를 저지에게 내주며 그를 팀의 확실한 구심점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마운드에도 큰 투자를 하며 에이스 게릿 콜의 다음 자리를 책임질 2선발을 영입했다. 바로 6년 1억6,200만 달러 계약을 안긴 좌완 카를로스 로돈이었다. 저지가 전체적인 팀과 타선의 중심을 잡고 콜과 로돈이 로테이션을 이끌면 2009년 이후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월드시리즈 무대로 복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하지만 그 계산은 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어긋났다. 원흉은 로돈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을 당한 로돈은 전반기가 끝나기 직전에야 겨우 복귀했다. 물론 로돈 외에도 여러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팀의 핵심 전력으로 기대하고 대형 FA 계약으로 영입한 선수가 시즌이 개막도 하기 전에 이탈한 것은 팀의 분위기와 각오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은 것이었다.

사실 로돈의 실패는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2015년 데뷔해 2022년까지 빅리그에서 8시즌을 뛴 로돈은 '뛰어난 투수'였던 적이 많지 않았다. 단축시즌 이후 기량이 갑자기 오르며 2021-2022시즌 55경기 310.2이닝, 27승 13패,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했지만 이전 6시즌의 성적은 92경기 536.2이닝, 29승 33패, 평균자책점 4.14에 그쳤다.

드래프트 전체 3순위(2014) 지명자 출신으로 특급 유망주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20대 초중반을 모두 보냈고 20대의 막바지 두 시즌에 반전을 보인 뒤 30세가 되는 투수였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최근의 성과지만 과거에 워낙 불안요소를 쌓은 선수였기에 우려도 컸다. '하이 리스트 하이 리턴'인 선수였고 첫 해 결과는 최악이었다.

지난해 로돈은 부상 복귀 후 14경기에 선발등판해 64.1이닝을 투구하며 3승 8패, 평균자책점 6.85를 기록했다. 건강도 지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건강만 하면 좋은 투수'도 아니었다. 건강하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투수였다. 평균 시속 95마일 이상의 빠른 공을 던졌다는 점을 제외하면 모든 부문에서 리그 평균을 한참 밑도는 선수였다. 기대지표 역시 뒤에서 세는 순위가 훨씬 빠른 투수였다. 평범했던 데뷔 첫 6시즌의 모습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에이스처럼 보일 정도였다.

문제는 지난해가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로돈은 지난해 30세가 됐다. 대세로 자리잡은 에이징커브 이론은 30대에 접어든 선수의 기량은 언제든 곤두박질 칠 수 있다고 말한다. 신체 나이의 전성기가 30세에 접어들면 사실상 끝난다는 것. 로돈은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와 함께 그 30세의 문턱을 넘었다. 나이를 감안하면 6년 계약을 맺은 로돈에 대한 기대치는 지난해 가장 높았다.

대형 계약 기간 중 가장 신체적으로 젊고 뛰어났어야 할 시즌을 최악의 모습으로 치렀다. 나머지 계약기간 동안 로돈이 2021-2022시즌의 모습을 다시 보이며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보다는 지난해와 같은 모습이 남은 5년도 계속 이어지지는 않기를 바라는 것이 더 현실적인 기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키스는 로돈에게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후안 소토 영입을 위해 지난해 선발진에 안착한 마이클 킹을 포기했고 다른 투수들은 대부분 불안요소가 크게 남아있다. 에이스 콜과 최근 FA 시장에서 영입한 마커스 스트로먼, 둘 만이 사실상 선발진에서 믿을 수 있는 선수들. 결국 로돈이 콜, 스트로먼과 함께 확실한 1-3선발을 구축해주느냐 아니냐가 올해 양키스 마운드의 성패를 가를 수 밖에 없다.

양키스는 FA 시장에 남아있는 블레이크 스넬에게 관심이 있지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은 아니다. 스넬 역시 로돈처럼 불안요소가 큰 투수기 때문. 하지만 두 번이나 사이영상을 수상한 스넬의 커리어는 로돈보다는 뛰어나다. 만약 지난해 로돈을 영입하지 않았다면 양키스는 올겨울 어느정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스넬의 손을 잡을 수도 있었다. 어차피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면 그래도 기대의 최저치가 더 높은 스넬 쪽이 낫지만 양키스는 이미 유력한 악성계약 후보인 로돈을 품었다. 스넬까지 품기에는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

오타니 쇼헤이나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과 비교하면 작은 규모지만 매년 평균 2,700만 달러를 받는 로돈의 계약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어쩌면 로돈의 계약은 양키스의 발목을 계속 붙잡는 늪이 될 수도 있다.

선수는 이미 돈을 확보했다. 하지만 구단은 얻은 것이 없고 그저 속이 탄다. 과연 로돈이 올해는 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카를로스 로돈)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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