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거부' 한동훈, 尹과 파국 vs 극적 봉합 '갈림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공천 논란 등으로 불거진 친윤계(친윤석열계)의 사퇴 요구를 거듭 거부한 가운데 대통령실이 추가로 메시지를 내지 않는 등 양측 모두 확전을 피하면서 향후 봉합 수순으로 접어들지 갈림길에 섰다는 관측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에 "저는 선민후사 하겠다"며 사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명분은 '4·10 총선 승리'였다. 그는 "민주당의 이상한 정치와 발목잡기 행태로 국민이 고통받고 이 나라의 미래가 위협받는 것을 막을 것"이라며 자신의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라고 못박았다.
당헌당규상 규정된 임기를 완주하겠단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의 임기는 6개월이고 전국위원회 의결로 최대 1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당 대표나 최고위원과 달리 비대위원장의 경우 별도의 사퇴 절차가 기술돼 있지 않아 원칙적으론 '자진 사퇴' 외엔 몰아낼 방법이 없다.
당내에선 원만한 갈등 봉합을 바라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크다. 총선이 8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지도체제를 꾸리기엔 너무 늦은 데다 총선 앞 당 내분은 필패로 이어진다는 위기의식에서다.
한 국민의힘 수도권 재선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당이 앞으로 더 강해지고 단단해지기 위한 진통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서로 오해가 있었던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풀고, 스탠스를 교정할 부분은 교정해서 원팀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는 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현재 공천권을 한 위원장이 쥐고 있단 점에서 의원들이 한 위원장을 대놓고 비토하기는 어렵단 현실적 여건도 있다. 과거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던 나경원 전 의원을 상대로 초선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며 여론을 주도했지만, 현재는 대다수 현역 의원들이 자신의 선거에 집중하느라 가시적 움직임이 없다. 이날 긴급의원총회도 열리지 않았다.
한 초선 의원은 "과거 나경원, 이준석 몰아냈을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며 "지금은 총선을 코앞에 앞두고 있는데 대통령도 그렇게 했다가 총선 지면 책임을 어떻게 지나. 며칠간 냉각기를 가지며 양측이 물밑 회동 등을 통해 봉합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다만 집권여당의 대표 격인 비대위원장이 대통령과의 심한 갈등을 초래해 신뢰를 잃은 경우 당헌당규상 '임기'는 중요치 않단 반론도 많다. 대통령이 불신임한 대표를 여당이 떠받치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단 것이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5선·경남 창원시의창구)도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 해서 찾아온 정권인가"라며 "이번 총선은 윤 대통령의 중간평가이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에 맞춰 시스템공천으로 치러지는 총선이다. 한 위원장은 개인 일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용 의원 외에 현역 의원 중 한 위원장 책임론을 처음 거론한 것이다.
한편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갈등을 봉합하기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단 주장도 나온다. 한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실망감과 불신을 고려할 때 빠르게 대안 모색에 나서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용산 출신 일부 참모들, 일부 다선 의원들이 한동훈식 공천 룰에 불만을 갖다가, 한 위원장이 '명품백 수수 의혹 대응', '마포을 공천' 관련 실수가 나오자 대통령을 흔든 것으로 보인다"며 "20년간 관계가 깊었던 만큼 불신이 깊어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한 위원장은 당내 기반이 없기 때문에 주변의 당내 중재자들이 강경파로 돌아서면 금방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여권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실은 일단 이번 갈등 사태에 대해 당장 추가적인 메시지는 내지 않고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을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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