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치킨집이 중처법 피하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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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유예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데 오는 25일 본회의에 오르지 못하면 27일부터 시행된다.
자영업 사업장은 일반적인 공사 현장만큼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야 낮겠지만 얼마든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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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유예안이 무산되면 5인 이상 사업장은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는다. 5인 이상 사업장은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곳들이다. 오늘 식사를 예약한 맛집이나 동네에서 이름난 치킨집도 예외가 아니다. 50인 미만 5인 이상 사업장은 전국에 70만개가 넘는다. 이중 자영업자가 26만명이다. 새롭게 편입되는 사업장의 종사자만 800만명(경제활동인구의 27%)에 달한다.
자영업 사업장은 일반적인 공사 현장만큼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야 낮겠지만 얼마든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직원이 청소용 세제를 음료로 오인해 마실 수 있고 뜨거운 기름을 엎어 심각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화재 역시 예측이 어려운 사고다. 이 때 2명 이상 중상자,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면 자영업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식중독 피해가 상당할 때도 문제가 된다. 30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1명이 사망한 2021년 김밥집 집단식중독 사고는 당시 규정이 모호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업주가 무거운 형사 책임을 지게 된다.
안전 조치를 강화하면 되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법이 요구하는 안전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상당한 투자와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쉽게 적용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직원을 줄이는 것이다. 예컨대 8명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면 법의 적용을 피할 수 있다. 가뜩이나 외식수요가 줄어 경영난에 직면한 자영업자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이 직원을 줄일 좋은 구실이 될 수 있다. 사업을 확장하기보다 줄이거나 현상만 유지하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이 자영업자 사이에서 확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산업에서 피터팬 증후군은 중소기업에서 가장 빈번하다. 충분히 성장의 기회를 맞았지만 수십년간 중소기업에 머무는 기업들이다. 중견기업에 편입하면 규제가 늘어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하는 까닭에 스스로 성장엔진을 저속기어로 운행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에 진입하면 보통 80여개 혜택이 사라지고 수십개의 규제를 새로 적용받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자산총액 5000억원을 넘긴 A기업을 사례로 들면서 중소기업 시절 57개 규제를 적용받았지만 중견기업에 진입하면서 183개를 규제를 받는다고 했다. 영업 환경은 더 나빠진다. 일례로 조달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는 중소기업 지위를 잃는 순간 자격을 상실하거나 2~3단계의 경쟁을 더 거쳐야 한다.
특히 산업안전 규제를 피하기 위해 변화와 성장을 멈춘 기업들도 상당하다. 산업안전보건법상 50인이 넘는 사업장은 안전 관리자를 선임하거나 안전보건관리 기관에 위탁을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49인 이하로 직원수를 유지하고 나머지 부족 인력은 아르바이트를 쓰는 곳이 적지 않다. 대상을 확대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자영업자의 의욕을 꺾고 침체 장기화를 부채질할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종사자의 안전의식을 고취시키려는 노력부터 선행했어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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