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50대 멜로 정우성 "멋있게 꾸미는건 배제"

최지윤 기자 2024. 1. 2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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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정우성(50)이 멜로 연기할 때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최근 막을 내린 지니TV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 박동 소리'(2011~2012) 이후 11년만 멜로물이다. '더 늦으면 안 된다'는 심정으로 했다고 하지만, 50대 중 이렇게 이질감없이 소화할 수 있는 연기자가 있을까 싶다. 중년층을 위한 농도 짙은 로맨스가 아니다. 청각장애 화가 '차진우'로 분해 무명배우 '정모은' 역의 신현빈(37)과 멜로의 정석을 보여줬다. '50대한테 설렌 적은 처음'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내 머릿속에 지우개'도 그랬고 빠담빠담도 끝내줬죠. 하하. 이번 멜로는 더 늦으면 내가 출연하는 건 포기해야 해 막차 탄 기분으로 했다. (설렌다는) 반응은 반응일 뿐, 거기에 심취하면 안 될 것 같다. 연애 세포가 깨어났냐고? 내 나이가 쉰 한 살이다.(웃음) 일부러 멜로 주인공이라고 더 멋있게 꾸미는 건 배제했다. 정우성의 물리적 나이가 보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멋있어야지'라고 생각하면 차진우스러움이 사라지니까."

이 드라마는 말 대신 그림으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익숙한 청각장애인 진우와 목소리로 마음을 표현하는 모은의 멜로다. 1995년 일본 TBS에서 방송한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했다. 13년 전 판권을 구매, 직접 제작·주연까지 맡아 애정이 남다르다. 스스로도 "긴 인연이 있는 작품이라서 한 마디로 얘기하기 그렇다"고 할 정도다.

"13년 전만 해도 청각장애 남자 주인공이 끝까지 '목소리 연기를 안 하면 되느냐'는 반응이었다. 아직 이런 소재는 제작하기 힘든 환경이구나 싶어 접었다"며 "우연히 떠돌아다니는 극본이 내 손에 들어왔고, 다시 한 번 용기를 냈다. 접촉해서 판권을 구매한 뒤에도 드라마로 제작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점점 시간만 가고 '내가 차진우를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정우성이니까 주는 것'이라고 하더라. 그 얘기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빨리 해야겠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촬영하는 내내 술을 끊었지만, 특별히 외모와 스타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 "메이크업은 원래 거의 안 한다"며 "사실 머리도 제품을 안 바르고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다. 차진우는 굳이 멋 부릴 필요가 없었다"고 귀띔했다. "전작들을 보면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동료들과 촬영 끝나고 술 한 잔 하면서 피로가 누적되는 게 캐릭터에 도움됐다"면서도 "차진우한텐 피로감이 있어서는 안 됐다. 사실 촬영이 지속되면 회식하고, 배우들과 얘기도 주고 받아야 하는데 툭 끊었다. 쌓여있는 피로감을 덜어내야 했다"고 부연했다.


수어는 가장 큰 도전이었다. 대사없이 수어로 연기한 뒤 내레이션 작업을 더했다. "진우가 일곱 살 이후부터 쓴 언어라서 능수능란해야 했다"며 "수어는 어순이 다르다. 처음에 접근할 때 '재미있는 언어'라고 생각했지만 위치, 방향이 바뀌면 뜻이 달라져 하면 할수록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청각장애 특유의 표정이 있지만 "진우는 조금 절제했다. 표현하는 자체도 조심스러웠다. 많은 표현을 하는 사람도 아니라서, 자신이 얘기하고자 하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됐다. 다만, 학생과 수업에선 감정을 쫓아가는 여지를 뒀다"고 설명했다.

1~16회 시청률 1~2%대(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에 그쳐 아쉬움이 클 터다. 원작은 일본에서 28.1%를 찍어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소장하고 싶은 드라마다' '이상하게 물 마시러 가기도 힘들다. 눈을 뗄 수가 없다' 등의 호평도 많았다. "시청률이 높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이 드라마 특성상 빨리 훑어볼 수 없어서 시간의 허락을 받아야 하니까. 빨리 돌려볼 수 없는, 굉장히 독특한 드라마를 만든 것 같다"고 짚었다.

"아무리 시청률이 좋아도 평이 갈릴텐데, 이렇게 안정적으로 응원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오랫동안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 나에게 큰 힘이 됐다.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닿는 사람의 가치와 의미에 관해 꽤 많이 생각했다. 젊은 시절의 사랑은 '내 마음을 왜 몰라줘' 인데,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 내 마음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거니까. 인정 받지 않아도 되는 걸 계속 인정 받기 위해 갈구하는 게 사랑 같다. 그런 감정적 갈구를 억제하고, 이성을 뛰어넘어 인간과 바라봄에 관한 고민을 계속 했다."


최근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을 통해 '천만배우' 타이틀도 얻었다. 영화 '구미호'(1994)로 데뷔 후 30년 만이다. 서울의 봄은 누적관객수 1294만명을 돌파했으며, 정우성은 무대인사 232회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이 업에 오래 있었다고 적당히 할 수 있는 건 없다.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것도 조건과 상황이 충족돼야 한다"는 자세다. "배우도 사람인지라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에 사람들이 없을 때 무대인사를 그리워하고, 인사하고 싶어 하다가도 상황이 좋아지니 '개봉 첫 주, 둘째 주 지방 인사하고 끝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영화는 궁극적으로 극장에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나는 게 목적이다. 그런 상황이 허락돼 감사하다. 그분들이 극장을 채워줘서 영화가 존재하는 거니까. 당연한 행위"라고 했다.

"내 것은 아니다. 서울의 봄이 누적관객수 1000만명을 넘었고 관객이 선택했지만, 앞으로 또 1000만면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늘 얘기하는 데 한국영화 시장이 건전해지려면 300만명~500만명 돌파 영화가 더 나오는 게 낫다. 1년에 1000만명 돌파 영화는 한 편이면 시장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 아니냐. 극과 극의 상황이 되니 300만명~500만명 넘는 영화는 점점 더 기해진다. 사실 감사하지만, 굉장히 우려가 큰 상황이다. 천만배우 타이틀도 부담된다. 무대인사할 때 '새내기 천만배우'라고 농담했는데, 외부에서 갖다 언져주는 수식어일 뿐 난 그냥 배우 정우성이다."

정우성은 데뷔 후 지금껏 스태프, 동료 등 사이에서 미담이 가득하다. 난민, 세월호 등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면서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는데, 주위에서 우려하지는 않을까. "내 소신을 사회에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기보다 그것 역시 자연스러운 거다. 연예인이라서 사회와 분리돼 꾸며진 얘기만 하고 꾸며진 사랑만 받고 살 수는 없다. 사회적 이슈가 생겼을 때 각자 입장을 얘기하고 인정하면 된다. 공격성 댓글에 노출되고 부담감을 갖는 것도 이 직업의 특성이다. 내가 얘기하는 게 마음에 들 수도, 안 들 수도 있는데 다양하게 공존하는 게 세상이니까. 안 좋게 보는 분들도 인정한다. 그게 사회니까."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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