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대구에선 미분양 대책 '헛바퀴'
대구시, 주택사업 신규 승인 내주지 않으며 공급조절 나서기도
건설업계, 미분양 소화 위해 할인분양 지속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미분양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쓴 대구가 신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전면 보류하는 등 강력한 대책에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교보자산신탁은 대구 수성구 수성동4가 빌리브 헤리티지 121가구를 개별 매각하기로 했다. 신세계건설이 시공한 이 단지는 시행사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연장하지 못했다. 단지는 지난해 8월 준공했지만 분양률이 20%대로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미분양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1월 지난해 11월 기준 미분양 주택이 1만328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 중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016가구로 전국 총 물량(1만465가구)의 9.84%에 달했다.
지난해 2월 미분양주택 1만3987가구로 정점을 찍은 대구는 11월까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1월 대구시가 주택시장이 안정화할 때까지는 신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공급량 조절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이 지난 8일 발표한 '미분양주택 위기단계별 정책 대응방향'에 따르면 10월까지 지난해 대구 공동주택 분양실적은 34가구로 2022년 동기 대비 99.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택 인허가실적은 8475가구, 주택착공실적은 1099가구로 1년 만에 각각 65.6%, 92.6% 줄었다.
장기간 이어지는 한파에 대구 내 건설사들도 버티지 못하고 있다. 미분양이 늘어난 데 이어 대구시가 신규 주택건설사업을 막으면서 돈줄이 막힌 탓이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종합건설사의 폐업 신고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22건이다. 2021년 8건, 2022년 4건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건설사들도 남은 미분양을 해결하기 위해 할인분양을 감수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만촌 자이르네는 지난해 분양가의 17~25%를 할인해 미분양 물량을 소화했다. 또한 달서구 '두류역 서한포레스트'는 15% 할인 분양을 해야 했다.
내년 6월 입주 예정인 대구 달서구 본동 ‘신세계 빌리브 라디체’는 계약금 1000만원을 내세웠다. 1차 계약금 1000만원과 1차 옵션 계약금 500만원을 내면 남은 계약금은 집단 신용대출로 이자지원까지 해주기로 했다. 또한 입주 전 계약을 해지하면 납부액의 100%를 환불 보장한다.
정부도 미분양 해결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지난 10일 전용 85㎡ 이하 지방 미분양 주택(취득가격 6억원 이하)은 2025년 12월 31일까지 구매하면 주택 수에서 제외해 세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한 건설사업자가 지방 준공후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면 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해주기로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시장에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금리가 이어지고 2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예상돼 수요자들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 기간 중 금리 상승에 따라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고려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제도다. 금리가 높아지면 상환액이 커지고 대출 한도는 그만큼 감소한다.
이병홍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은 주택 구매 유인책이 될 수 있다"면서도 "대출 규제로 실소유자의 자금 마련 수단이 막힌 상황에서 세제 감면 정책을 추진하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부동산 PF위기로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다른 지역보다 취약한 대구 주택 시장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 "올해 대구 주택 시장은 지난해보다 시장 상황이 나아질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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