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부수 판매' 예상했던 이 소설의 반전, 국내 서점가 휩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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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
키건의 작품이 한국 서점가를 휩쓸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감하지 못했다.
키건의 작품이 가진 매력은 무엇보다 ③이야기 그 자체다.
한국에 소개된 키건의 두 작품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통해 안이 아닌 '바깥'을 바라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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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 소설 베스트셀러 휩쓸어
‘클레어 키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그의 이름을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1968년 아일랜드의 항구 도시, 위클로에서 태어난 여성 작가 키건은 아일랜드에서는 교과서에도 작품이 실리는 등 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지만, 국내에는 지난해 처음 소개됐다. 키건의 작품이 한국 서점가를 휩쓸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감하지 못했다. 출판사인 다산책방조차 “(출간 전) 판매 목표를 ‘최소 부수’로 잡았다”고 설명했을 정도다.
2023년 4월 나온 ‘맡겨진 소녀’에 이어 같은 해 11월의 신간 ‘이처럼 사소한 것들’까지 그의 소설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몇 주째 이름을 올리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한 권의 책이 반짝 인기를 끄는 사례는 종종 있어 왔으나, 두 작품이 잇따라 명성을 얻어 작가의 이름까지 각인시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어찌 보면 기대작은 아니었던 키건의 소설은 어떻게 한국을 사로잡았을까.
읽기에 부담 없는 ‘100쪽 안팎’의 작품들
책 ‘맡겨진 소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접하는 순간 첫 느낌은 ①“얇다”는 것이다. 두 작품 모두 100쪽 안팎이다. 1999년 첫 단편집 ‘남극’을 시작으로 지금껏 단 다섯 권의 책을 낸 키건의 소설은 모두 합쳐도 700쪽에 그친다. 평소 “독자가 이야기를 완성한다고 믿는다”고 말하는 키건은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에 가치를 둬 왔다. 문장뿐 아니라 서사도 딱 필요한 만큼만 이야기한다.
이처럼 얇은 책이기에 웹툰, 웹소설과 같은 ‘숏폼(짧은 형태) 콘텐츠’ 소비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도 부담스럽지 않다. 다만 얇다고 해서 담고 있는 이야기가 가볍진 않다. 미국의 작가 알렉스 길배리는 미국 뉴욕타임스에서 키건의 ‘맡겨진 소녀’를 두고 “400쪽 분량 책만큼의 감정적 울림을 준다”고 표현했다.
이동진·신형철 등 추천도 이어져
작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②추천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맡겨진 소녀’는 이동진 영화평론가에 의해 지난해 연말 ‘올해의 소설’로 꼽혔고, 국내 소설가 50인이 꼽은 ‘올해의 소설’ 가운데 국외 작품으로는 최다 추천을 받았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역시 신형철 문학평론가를 비롯해 문학계 유명 인사의 상찬이 있었다. 또 이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온라인 서점에서 ‘기획전’을 여는 등 도서 판매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바깥을 바라보라” 호소하는 작품들
키건의 작품이 가진 매력은 무엇보다 ③이야기 그 자체다. 제아무리 짧고 유명 인사가 앞다퉈 추천했더라도 소설을 향한 관심이 이어지려면 재미있어야 한다. 어머니의 출산을 앞두고 여름 몇 달 동안 먼 친척에게 맡겨진 아이가 처음 접해본 다정함(‘맡겨진 소녀’)과 여성과 어린이를 감금하고 강제 노동을 시키는 인권 유린 시설 막달레나 세탁소를 목격하고 고민하는 다섯 딸을 둔 가장(‘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는 아일랜드에서 일어난 일에 마음이 기우는 건 오롯이 키건의 힘이다.
한국에 소개된 키건의 두 작품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통해 안이 아닌 ‘바깥’을 바라보기를 권한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속 화자의 독백은 “우리는 우리가 이 세계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하나를 얻게 된다”는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추천사와 맞닿는다. 이는 결국 “책 한 권이 아닌 작가를 데려와야 한다”는 결심으로 키건의 두 작품을 모두 내기로 한 출판사의 의도에 닿아 우리의 세계를 확장해 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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