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 막기위한 단통법… 오히려 모든 고객 ‘호갱’ 만들어

성유진 기자 2024. 1. 23.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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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왜 폐지 추진하나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작년 3분기 월평균 가계 통신비 지출은 13만원. 정부가 지난해 서민 통신비 부담 완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했지만, 전년 같은 기간(13만1400원)보다 1400원(1%)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5G(5세대 이동통신) 중간 요금제 등을 출시한 통신 업계에선 “더는 마른 수건을 쥐어짜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이에 정부가 2014년부터 시행된 단통법(이동통신 단말 장치 유통 구조 개선법) 폐지 카드를 10년 만에 들고나왔다. 신형 스마트폰 가격은 갈수록 오르는데 단통법이 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을 제한해 가계 통신비 부담이 가중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체 간 보조금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가 더 저렴하게 단말기를 사고, 통신비 부담 완화로 이어지게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통법을 폐지하면 할인 정보에 밝은 일부 소비자만 혜택을 보고, 마케팅 정보 취득이 어려운 고령층 등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휴대전화를 사는 일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래픽=양인성

◇'호갱’ 막으려 등장한 단통법

22일 정부가 밝힌 단통법 폐지 추진 방향은 현행 통신사 지원금 공시 의무를 없애고, 공시 지원금의 15%로 제한된 판매점 제공 추가 지원금의 상한도 없애는 것이다. 지금은 새 스마트폰을 살 때 통신사를 그대로 유지하거나(기기 변경) 통신사를 바꿀 때나(번호 이동) 모두 같은 보조금을 받지만 단통법이 폐지되면 다른 통신사에서 옮기는 소비자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배정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이 부활해 단말기를 사려는 소비자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단통법 시행 계기가 된 사건은 2012년 ‘갤럭시S3 17만원 대란’이다. 당시 통신 3사 경쟁에서 출고가 99만4000원이던 갤럭시S3를 일부에선 17만원에 팔았다. 업체 간 과열 경쟁이 벌어지면서 ‘떴다방’ 식으로 풀리는 과다 지원금을 지급받기 위해 유통점 앞에서 밤을 새우는 사람들이 생겼다.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에 익숙한 젊은 층이 저렴하게 휴대전화를 장만할 때 일부 소비자는 소외됐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런 보조금 과열 경쟁은 대부분 사라졌다. 하지만 보조금 경쟁을 못하게 된 통신 3사는 더 좋은 조건으로 경쟁사 고객을 유인하려는 노력조차 줄였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단통법 이전에 1000만건이 넘던 번호 이동은 단통법 첫해인 2014년 800만건대로, 2018년부터 500만건대로, 2022년 400만건대로 확 줄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단통법은 정부가 법으로 단말기 할인 경쟁을 하지 말고 가격을 담합하라고 강제화한 셈”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고가 스마트폰 구입비 줄어드나

소비자가 지출하는 통신비는 통신망 이용 같은 서비스 비용과 단말기 구입비로 구성된다. 저렴한 통신 요금제를 선택해도 스마트폰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이 줄지 않는 구조다. 야당도 현행 단통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폐지를 밀어붙이는 것엔 반감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정부는 단통법에서 도입한 선택 약정 할인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동통신사 간 자율적 보조금 경쟁으로 단말기 구입 가격을 낮추되 보조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계속 통신비 절감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단통법 폐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사업자 간 출혈 경쟁과 소비자 차별 행위는 전기통신법으로 계속 규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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