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박 前대통령 탄핵당했을 때처럼 野 공세 빌미 줄 수도”

최경운 기자 2024. 1. 23.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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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왜 사과 주저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10월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설문 유출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지만, 대통령실 참모진 사이에선 “섣부른 사과가 능사가 아니다”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른바 ‘태블릿 PC’ 보도에 서둘러 사과했다가 지지율 급락 등을 겪은 전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한다. 윤 대통령도 섣부른 사과가 반대 세력에 무차별적 총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과는 어떤 사안의 종결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하지만 김 여사 사안의 경우 의도적으로 기획된 공작성 ‘함정 몰카’란 점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사과하는 것은 반대 세력의 무차별적 의혹 제기에 문을 열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대통령도 우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민의힘 친윤계인 이용 의원도 21일 여당 의원 단체 대화방에 “사과하는 순간 민주당은 들개들처럼 물어뜯을 것”이란 취지의 글을 올렸다.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도 “사과는 불법이나 과오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사과론에 선을 그었다.

여권에서 이와 관련해 주목하는 사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태블릿 PC 사과다. 2016년 10월 JTBC가 최서연(개명 전 최순실)씨 태블릿PC에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한 청와대 문건이 들어 있었다고 보도했고, 이 보도 이튿날 박 전 대통령은 1차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런데 이를 기점으로 당시 야당과 언론에선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무차별적으로 제기했다. 사실이 아니거나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성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은 급락했고, 결국 탄핵으로 내몰렸다.

박 전 대통령도 최근 중앙일보에 기고한 회고록에서 당시 청와대 참모진의 건의를 받아들여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악수(惡手)”였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사과문 발표는) 내가 미처 파악하지도 못한 각종 의혹에 대해 100% 인정한 것처럼 받아들여졌고, 민심은 순식간에 기울었다”며 “진상을 파악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는데, 여론의 속성을 예견하지 못했던 것이 내 불찰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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