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도, 당내서도 힘실어주지만…강대강 대치는 한동훈도 부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돌하는 상황 속에 당내에선 “과거와 다르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준석·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 당시 압도적이던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과 달리, 최근엔 당 내부에서부터 반발하는 분위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여당이 대통령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한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선거 앞두고 위축된 친윤
당내에서는 대통령이 실제 한 위원장을 사퇴시킬 수 있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를 내보내고, 나경원 전 의원을 주저앉히고, 김기현 전 대표를 밀어 올릴 때와 비교해 정치적 환경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작년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가 계기로 꼽힌다. 당 관계자는 “한 달 전 용산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밀어붙였을 때도 과거와 다르게 당내 반발이 거세지 않았느냐”고 했다.
용산 의중에 따라 ‘친윤 돌격대’ 역할을 하는 당내 인사는 현재 한 손에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수행실장 출신 이용 의원이 21일 단체 대화방에 ‘용산이 한 위원장 지지를 철회했다’는 기사를 올렸지만 호응은 없었다. 충청권 의원은 “아무도 동조를 안 하니 이용 개인 의견으로 끝났다”고 했다.
오히려 ‘비윤’ 하태경 의원은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이간질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언론 보도를 의원들 단톡방에 올리면서 그게 당 전체의 의사인 것처럼 여론을 형성해 가는 방식은 당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의원을 비판했다. 수도권 의원은 “강성 친윤들의 똑같은 여론 몰이 패턴에 당내 피로감이 상당하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핵심 친윤인 이철규 의원에 대해 “(이 의원은) 내 스태프(staff·참모)”라고 강조했다.
◇커지는 수도권 입김
총선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위원장을 몰아내면 선거는 끝”이라는 위기감도 상당하다. 태영호(서울 강남갑) 의원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손잡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했다. 유경준(서울 강남병) 의원도 “국민을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면 된다”며 한 위원장을 지지했다. 서울 강동갑에 출마하는 전주혜 의원은 이날 한 위원장이 가운데서 당 법률자문위원회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서울 지역 출마자는 “한 위원장에게 민심과 명분이 있다고 본다”며 “한 달 전 수도권 판세를 바꾸자며 한 위원장을 모셔 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는 사람들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대구·경북 의원들은 정치적 오해를 의식해 이날 예정된 모임을 취소했다. ‘나경원 연판장’에 앞장섰던 한 초선 의원은 “이제는 연판장을 돌려도 별 반응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공천 놓고 韓 눈치 보는 의원들
공천권도 변수다. 한 의원은 “과거 청와대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했지만 원래 공천은 당이 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총선 여론조사만 돌렸는데도 공천 개입으로 실형을 살지 않았느냐”고 했다.
한 위원장이 전국을 돌며 보수층에서 ‘팬덤’을 입증한 점도 대통령실 입장에선 부담이다. PK(부산·경남) 의원은 “인기를 증명한 한 위원장을 몰아낸다면 용산만 면이 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당정 관계가 파탄날 경우 공천권을 쥔 한 위원장에게 더욱 힘이 쏠릴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 위원장이 이번에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를 벗어야 여권이 산다”는 당내 주장이 나온다. 비주류 의원은 “한 위원장은 지금 ‘별의 순간’을 맞았다”며 “한 위원장이 용산과 차별화에 나설 때가 됐다”고 말했다.
◇尹 도움 없인 결국 韓도 한계
그러나 대통령실과의 강대강 대치는 결국 한 위원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여당 대표가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대통령과 등을 돌린다면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승민 전 의원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울 때 여론의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엔 지지층으로부터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방해한다는 프레임에 갇히고 말았다”며 “한 위원장도 적정선을 지키면서 윤 대통령과 함께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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