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직의 국민과 국정에 대한 책임은 막중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참석 예정이던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 불참했다. 행사 시작 30분 전에 불참을 공지했다. 민생 토론회는 각 부처의 새해 업무 보고를 밀실에서 받는 대신 국민과 함께 듣겠다며 윤 대통령이 만든 것이다. 대통령의 불참은 보고하는 사람은 있는데 보고받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다. 이번 주제는 ‘생활 규제 개혁’이었다. 대통령실은 “휴대전화 보조금, 대형 마트 이용 제한 등 국민이 가장 불편해하는 생활 속 규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일반 국민 60여 명도 참석 예정이었다. 여기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일정 변경’이 아니다.
대통령실은 “감기 몸살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그동안 민생 토론회에 쏟은 열정을 생각하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4차례 토론회에는 모두 참석했다. 갑자기 다른 일정이 생긴 것도 아니다. 그래서 대통령실 주변에선 전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겪은 충돌 여파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20년 넘게 가깝게 지낸 사이다. 둘 사이의 갈등을 충격으로 느꼈을 수 있다. 이 문제는 빨리 해결될 실마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사태가 대통령의 주요 국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은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의혹이 원인이다. 이 사안은 친북 목사와 야당 성향 매체가 짜고 김 여사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기획한 함정 몰래 카메라라는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이 이를 이용해 음모론에 가까운 공격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김 여사가 명품 백을 받은 것이 사실인 이상 국민의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애초에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번질 일이 아니었다. 그 일을 하지 않아 문제를 이렇게 최악 상황으로 키웠다.
윤 대통령 요구대로 한 위원장이 사퇴했다면, 윤 대통령에게 그 후의 대책이 있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당헌 당규엔 그런 사태에 대비한 규정도 없다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안보 경제 위기 상황이다. 북한 김정은은 전쟁을 위협하고, 고금리 고물가로 민생이 어렵다. 대통령은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국정 최종 책임자다. 대통령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모든 국민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국정을 믿고 살아간다. 대통령은 물러설 곳이 없는 자리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은 그 막중한 책임에 걸맞게 신중한 결정을 하고 있는가. 윤 대통령은 첫 번째 민생 토론회에서 “정부와 국민 사이에 핵이 터져도 깨지지 않을 만한 두툼한 콘크리트 벽이 있다. 그것을 깨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그 벽을 깨고 있는지 묻게 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日 ‘다카라즈카’ 음악학교, 여학생 뽑을 때 외모 안 따진다
- 강원 춘천 아파트, 지하실 침수로 정전...720세대 불편
- 손흥민 선발 출격, 오세훈 공격 선봉... 쿠웨이트전 베스트11 발표
- ‘정년이’ 신드롬에 여성 국극 뜬다… 여든의 배우도 다시 무대로
- 러시아 특급, NHL 최고 레전드 등극하나
- 김대중 ‘동교동 사저’ 등록문화유산 등재 추진
- 국어·영어, EBS서 많이 나와... 상위권, 한두 문제로 당락 갈릴 듯
- 배민·쿠팡이츠 중개 수수료, 최고 7.8%p 내린다
- 다음달 만 40세 르브론 제임스, NBA 최고령 3경기 연속 트리플 더블
- 프랑스 극우 르펜도 ‘사법 리스크’…차기 대선 출마 못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