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부담·거수기 이사회·쪼개기 상장… 한국 증시는 여전히 ‘디스카운트’
일본 증시가 주주 친화 정책을 확대해 도약하는 반면, 국내 증시는 여전히 ‘만년 저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2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사의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작년 말 기준 1.1배로, 일본(1.4배)보다 낮다. 미국은 4.5배로 한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높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원인으로는 선진국보다 높은 상속·증여세 부담과 제 역할 못 하는 이사회 등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게 만드는 후진적 지배 구조가 주로 꼽힌다.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은 상속·증여세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상속세율은 최고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대주주의 경우 최고 60% 상속세율을 적용해 대주주의 실질적 세(稅) 부담이 크다. 대주주 입장에선 주가가 오를수록 세금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가를 높일 유인이 없다. 대주주가 배당을 받을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로 50% 가까운 세금을 물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이사회는 경영진의 ‘거수기’로 전락해 소액주주 이익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 지주의 경우 작년 상반기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을 낸 사외 이사가 1명도 없었다. 찬성률이 100%였던 것이다.
남발되는 쪼개기 상장도 저평가 원인이다. 핵심 사업부를 빼내 따로 상장하면 그동안 알짜 계열사 덕을 봤던 모회사 주가가 낮아지는 더블 카운팅(지주사 할인) 현상이 나타난다. 마치 미국 알파벳이 유튜브를 따로 빼내 상장하는 꼴이다.
1년 2개월간 계열사 3곳을 상장시킨 카카오그룹이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2020년 9월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2021년 8월과 11월 각각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상장시켰다. 카카오게임즈가 상장하기 전인 2020년 9월 초 40만1500원(액면분할 시 8만300원)이던 카카오 주가는 22일 5만6400원으로 3년 4개월여 만에 30% 떨어졌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경영진을 견제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들의 ‘허수아비 이사회’에 대한 불신이 높다”며 “쪼개기 상장 문제도 모회사 주주의 이익을 해치고 대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의사 결정인데 미국 같으면 주주 소송이 일어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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