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마” “불출마” “지역 바꿔 출마” 한 의원이 보여준 한국 정치
민주당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이 경기 성남중원에 출마하겠다며 어제 기자회견을 가졌다. 원래 이 의원은 ‘30여 년 세브란스병원 간호사 출신’임을 강조하며 지난 1년간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준비해 왔다. 지난 11일엔 정식으로 출마 회견도 열었다. 그런데 며칠 뒤 서대문갑 공천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선언 열흘 만이었다. 그래 놓고 다시 하루 만에 지역구를 바꿔 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지난 11일간 국회 기자회견장에 세 차례나 섰는데 ‘출마’ ‘불출마’ ‘다시 출마’로 극과 극을 오갔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너무 심하다” “염치도 없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 의원이 아무 연고도 없는 성남중원을 택한 이유 역시 혀를 차게 한다. 현재 이 지역 국회의원은 민주당 비이재명계 윤영찬 의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 의원에 맞서 친이재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개딸’들의 지지를 업고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공천이 어려울 것으로 본 윤 의원은 탈당이 기정사실처럼 돼 있었다. 그런데 최근 현 부위원장이 성희롱 논란에 휘말려 공천 가능성이 낮아지자 윤 의원은 갑자기 탈당 대열에서 혼자 이탈해 당에 남았다. 함께 탈당하기로 했던 동료 의원들에 대한 배신이었다. 민주당 내에선 이런 윤 의원의 돌변을 두고 비판이 쏟아졌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불출마 선언을 했던 이수진 의원이 ‘내가 진짜 친이재명’이라며 “이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윤영찬 의원, 이수진 의원, 현근택 부위원장이 얽혀 벌어진 일은 이들 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신도, 원칙도, 신의도, 최소한의 염치도 없이 그저 금배지를 달겠다고 충혈된 눈으로 달려드는 부나방들의 아귀다툼, 바로 한국 정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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