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 창출 큰 대기업, 중소기업의 덩치 키우기 막는 규제 고쳐야

조선일보 2024. 1. 23.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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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알파시티 SW융합테크비즈센터(DNEX)에서 열린 '2023 청년굿잡 일자리 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붐비고 있다./뉴스1

종업원 300명 이상인 대기업 취업자가 지난해 8만9000명 늘어난 308만7000명을 기록,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섰다. 대기업 취업자 수는 6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전체 취업자 중 비율이 10.9%까지 올라갔다. 반면 300명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 비율은 89%로 통계 작성 후 최저로 떨어졌다. 경제 활동이 위축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대기업은 취업자를 계속 늘렸고, 불경기 중에도 버티는 고용 유지 능력이 중소기업보다 낫기 때문일 것이다.

대기업은 중소기업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도 대기업 일자리를 원한다. 그런데 한국에선 대기업 규제가 심해 중소기업이 덩치를 키우기를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이 있다. 중소기업 종업원이 300인을 넘어서 중견·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순간 각종 조세 감면 혜택이 없어지고 위탁 거래 규제, 공시 의무 등 규제가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위 규제 대상인 상호 출자 제한 기업이 되면 적용되는 규제가 274건에서 342건으로 늘어난다. 세금 감면, 금융 혜택 등 각종 정책 지원도 중소기업에 집중돼 있다.

이런 구조 탓에 대기업 수는 수십 년째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은 852곳으로, 전체의 0.014%에 불과하다. 10년 전 비율(0.015%)보다 오히려 줄었다. 주요 선진국은 대기업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기업 중 대기업 비율은 2011년 0.56%에서 2021년 0.88%로 올라갔다. 대기업에 대한 차별 탓에 최근 10년 내 중소기업을 졸업한 국내 중견기업 300곳 중 31%가 중소기업 회귀를 고민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271곳은 중소기업으로 돌아갔다. 해당 기업들은 중소기업 회귀 이유로 조세 부담(52%)을 가장 많이 꼽았고, 각종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된 것(26%)도 주 요인으로 꼽혔다.

중소기업에 혜택이 많다 보니 생산성을 높이기보다 국가 보조금만 따 내는 좀비 기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해 세계 무대에서 다른 나라 대기업과 경쟁하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줄이고,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 규제를 대폭 수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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