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에 전 재산 털린 소시민… “피해자의 자책보단 유쾌한 성장 그려”
영화 속 히어로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비범함 속에 평범함을 숨기거나,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숨기거나. 영화 ‘시민 덕희’(24일 개봉)의 주인공은 단연 후자다. 세탁소에서 일하던 중년 여성 덕희(라미란)는 보이스피싱으로 전 재산을 잃고 돈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범인을 추적해간다. 16일 만난 박영주(39) 감독은 “평범한 덕희의 유일한 능력은 추진력”이라면서 “어려움이 닥쳐도 주저앉아서 좌절하기보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지 앞을 바라보는 낙천적인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2016년 보이스피싱 피해자인 세탁소 주인 김성자씨가 조직원의 전화를 받고 총책 및 조직 전체를 일망타진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실화가 바탕이 됐다. 당시 보이스피싱 신고자에겐 최대 1억원의 보상금이 걸려 있었지만, 경찰이 공을 가로채고 보상금마저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공분을 일으켰던 사건이다. 박 감독은 김성자씨를 비롯해 경찰, 보이스피싱에 가담했던 조직원까지 인터뷰해가며 각본을 직접 썼다. 그는 “취재를 하다 보니 경찰의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가 보였고, 일부의 잘못으로 경찰 전체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싶진 않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내가 바보 같아서 당했다’고 자책하는 피해자들이 가장 안타까웠어요. 피해자가 자신을 구원하고 자존감을 회복해가는 성장 서사를 보여주고 싶었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직접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을 잡으러 나선 덕희와 친구들의 좌충우돌을 유쾌하게 그렸다. 신파가 끼어들 틈 없이 범인 추적과 코미디에만 집중해 깔끔하고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상업 영화에서 보기 드문 30대 여성 감독의 작품. 박 감독은 “신인 감독의 입봉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여성 감독은 대중성보다는 작품성을 우선할 것이라는 편견도 없진 않다”고 했다. “한국 영화감독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저는 오래전부터 대중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많은 관객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게 목표였어요.”
동국대 문예창작학과 출신으로 10년 가까이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90여 번 낙방하면서 “나라도 내 시나리오를 영화화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영화 연출에 도전했다. 서른이 넘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했고 단편 ‘1킬로그램’으로 2016년 칸 영화제 학생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칸 영화제에서도 “아주 웃기는 코미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을 정도로 코미디에 진심이었다.
그는 “닫힌 결말, 해피엔딩을 좋아한다”고 했다. “어릴 때 부모님 사이가 좋지 않았고,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도 못하는 성격이라 우울한 학창 시절을 보냈거든요. 그때 저를 기쁘게 해줬던 건, 조금 뻔해 보여도 사랑과 우정을 말하는 영화들이었어요. ‘내 인생에도 저렇게 행복한 순간이 올까’ 하며 벅차게 만드는 이야기를 좋아했고 저 또한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죠.”
‘시민 덕희’의 목표는 천만 관객 동원. “영화는 기세니까요(웃음)! 그만큼 많은 분이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영화가 흥행해서 덕희처럼 소시민을 다룬 영화들이 앞으로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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