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포기했던 눈물의 OS ‘타이젠’, AI로봇에 탑재됐다
삼성전자가 독자 소프트웨어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선보인 인공지능(AI) 로봇 ‘볼리’에 자체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탑재했다. 스마트TV 같은 가전제품에 이어 AI 로봇에까지 타이젠을 적용한 것이다. 앞서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에서 독자 운영체제(OS) 구축에 나섰지만 이미 시장을 장악한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 iOS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독자 OS를 통해 모든 기기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꺼내든 것이다. 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처럼 강력한 소프트웨어는 오랜 기간 시장을 장악하는 힘이 있다”면서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려는 것”이라고 했다.
◇삼성의 소프트웨어 잔혹사
타이젠은 스마트폰 시대인 2010년대 들어 리눅스 재단이 개발하고 삼성전자와 인텔이 상용화를 주도한 OS이다. 안드로이드와 iOS에 대항하기 위해 야심 차게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앞서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OS ‘바다’가 시장의 외면을 받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며, 삼성전자는 바다 대신 타이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스마트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채택하고 있었는데, 계속 안드로이드에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 개발 과정에서 구글의 소프트웨어 사양에 맞추느라 원하는 기능을 제대로 넣지 못하는 등의 한계를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구글은 자체 스마트폰인 픽셀을 출시하며 삼성전자의 잠재적 하드웨어 경쟁자로 부상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타이젠 OS를 공개한 뒤 2015년 첫 타이젠폰 ‘삼성Z1′을 출시했다. 중저가 폰을 주로 내놓았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타이젠을 외면했다. 삼성전자 역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는 타이젠을 탑재하지 못했다. 결국 2017년 삼성Z4 이후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고 2021년에는 앱 장터인 타이젠 스토어를 폐쇄했다. 처음에는 타이젠을 탑재했던 스마트워치도 갤럭시워치4(2021년)부터 구글과 협업한 ‘웨어 OS’를 채택하고 있다. 현재 타이젠 OS는 가전제품에만 쓰이고 있다.
◇독자 OS 고집하는 이유는
삼성전자는 IoT(사물인터넷)에서 AIoT(AI+사물인터넷) 시대로 변화하면서 타이젠에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자사의 여러 기기에 AI를 탑재하고 이를 연결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CES 2024 현장에서 “스마트폰, TV·가전, 자동차까지 연결된 사용자 경험은 정교하게 개인화된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며 “여기에 AI를 접목해 기기 간 연결을 넘어,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모든 전자기기에 AI 기능이 탑재되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타이젠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 타이젠이 TV부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삼성전자의 다양한 제품군을 연결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출시된 타이젠이 탑재된 삼성 스마트 TV는 약 2억7000만대에 달하고, 다른 TV 브랜드에도 타이젠 OS를 확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스마트 TV OS 시장 점유율은 안드로이드가 39.1%, 타이젠이 18.5%, LG전자의 웹OS가 10.8%이다.
삼성전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기적으로 아이폰이나 구글 같은 자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을 쓰는 사용자들은 아이패드, 맥북 등 애플의 운영체제로 연결된 제품에 맹목적인 충성심까지 갖게 된다. 애플이 폐쇄적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자체 운영체제만 고집하는 이유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타이젠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갖게 되면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처럼 타이젠 장터를 통해 새로운 수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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