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무에타이보다 태권도
2021년 7월 일본 지바현 도쿄올림픽 태권도 여자 49㎏ 급 결승전. 태국 선수 파니팍 옹파타나키트가 스페인 선수를 11대10으로 힘겹게 이기고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가슴 졸이던 태국인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태국 태권도 국가대표팀이 2004년 올림픽 데뷔 후 20년 만에 일군 첫 번째 금빛 사냥이었다.
도쿄올림픽 승전보 이전부터 태국에선 태권도 열풍이 거셌다. 태국의 상징인 왕실 타이틀을 건 ‘공주배(盃) 태권도 대회’가 2011년부터 열렸고, 같은 해 세계 태권도 챔피언 출신 부부를 다룬 영화 ‘더 킥’이 현지 개봉했다. 현재 방콕에 등록된 태권도장만 600개가 넘는다. 태국인 사범이 직접 운영하는 태권도장도 부쩍 늘었다. 방콕 중심가 유명 대형 쇼핑몰에도 태권도장이 여러 곳 입점했는데, 무에타이를 국기(國技)로 삼는 태국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마치 가라테의 나라 일본 도쿄 최고급 백화점에 태권도장이 들어선 격. 태권도 수련인구가 무에타이보다 10배 이상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태권도 한류가 현지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청신호다.
이면에는 ‘코최(코치 최)’의 땀과 열정이 있다. ‘코최’는 2002년부터 태국 국가대표팀을 지휘한 최영석 감독의 애칭이다. 태국에 수차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메달을 안겨준 최 감독은 그야말로 국민영웅이다. 그에게 태국 왕실은 훈장을 줬고, 태국 정부는 태권도국가대표 전용연습장을 만들어줬다. 그의 이름을 딴 ‘최영석컵 국제태권도대회’도 수년째 성황리에 개최 중이다.
코최를 부르는 태국인들의 또 다른 애칭은 ‘타이거 최’다. 호랑이띠인데다 하루 8시간 이상 선수들을 강도 높게 조련하고, 국가대표 선발에도 엄격해서다. 기술이 뛰어나도 품성이 나쁘면 절대 기용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의 이런 면모가 태국 부모들이 ‘태권도는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인성교육에 좋다’며 입을 모아 칭찬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최 감독을 주제로 한 한-태 합작 드라마가 내년쯤 글로벌 OTT에서 방영될 전망이다. 올 여름 2024 파리올림픽에도 코최가 이끄는 태국 태권도 국가대표팀이 출전한다. 그들의 선전과 함께 태국인들의 한류 호감도가 한층 더 상승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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