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47] 인도가 주는 교훈
최근 긴 인도 여행을 갈 기회가 있었다. 왜 하필 인도일까?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그리고 중국과 함께 인류 첫 농경 사회를 탄생시킨 고대 문명 지역이기에 오래전부터 관심은 많았다. 하지만 ‘인도’를 지금 경험하고 싶었던 이유는 역사와 고고학을 넘어 인도가 21세기에 주는 의미에도 있다. 최근 중국을 넘어 지구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지게 된 인도. 미국, 구소련, 그리고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우주선을 달에 (그것도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남극 지역에) 착륙시킨 나라 인도. 실리콘밸리 수많은 빅테크 CEO는 인도 출신이고, 글로벌 IT 기업들은 서둘러 인도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과 관계가 복잡해진 애플사마저도 아이폰 생산 거점을 인도로 옮기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책, TV, 인터넷이 아닌 눈으로 직접 보고 피부로 느끼고 싶었지만 현실의 인도는 쉽지 않았다. 많은 걱정과 상상을 하고 갔지만, 모든 것이 상상을 초월했다. 12월에도 30도를 넘었고, 대도시 공기는 경험해 보지 못한 최악의 미세 먼지로 가득했다. 여전히 대부분 지역 인프라는 엉망이었고, 영화에서만 보던 비참한 빈곤 상황을 매일 경험하며 악몽을 꾸기도 했다.
달 착륙을 성공시키고 핵무기를 보유했지만 여전히 중세풍인 인도. 어쩌면 인도는 21세기에 우리가 모두 경험해야 할 세상의 역설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우주 인터넷을 만들고 있지만, 동시다발적 전쟁과 지정학적 분쟁이 늘어나고, 선진국 모든 나라가 친환경 정책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기후변화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는 지구.
하지만 인도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어쩌면 과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1400년 전 동로마제국과 페르시아 사산왕조가 서로 파괴적인 경쟁과 전쟁을 하는 틈을 타 강한 세력으로 성장한 ‘이슬람’과 비슷하게, 21세기 우리가 경험하게 될 미국과 중국의 파괴적 경쟁은 인도라는 새로운 글로벌 초강대국 탄생의 기원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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