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형마트 의무 휴업, 실패로 끝난 13년 실험
대형마트 의무 휴업은 전통시장에 득이 됐는가. 2012년 규제가 시작된 이후 이런 통계는 하나도 없다. 작금에 뿌려진 통계들만 보더라도 그 실상이 적나라하다. 지난해 9월 서울신용보증재단이 발표한 보고서의 한 부분이다. 의무 휴업하는 일요일에 상권 유동 인구가 0.9% 감소했다. 음식점이나 소매업 등 골목 상권 매출액도 1.7% 줄어들었다. 대형마트가 쉬면 소비자들이 나오지 않고, 소비자들이 없으니 골목시장도 한산해진다는 통계다.
이와 직결되는 조사도 있다. 대구시가 처음으로 대형마트 휴업일을 월요일로 바꿨다. 대구시에서 지난 9월 조사해 밝힌 통계가 있다. 슈퍼마켓, 음식점 등 골목상권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했다. 음식점과 편의점은 25.1%, 23.1% 늘었다. 전통시장의 매출도 2.4% 증가했다. 물론 대형마트와 SSM 매출도 6.6% 늘었다. 매출이 줄어든 곳은 백화점과 대형 쇼핑센터뿐이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대형마트와 골목시장 매출 추이다.
소비자의 시각에서 집계된 통계도 보자. 한국경제인협회가 성인 남녀 1천명을 설문한 결과다. 21일 발표한 이 자료에서 응답자 76.4%가 의무 휴업 제도를 폐지·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평일로 바꾸자는 주장이 33%, 폐지하자는 주장이 32.2%였다. 조사 대상이 소비자다. 생활의 편의를 위한 소비자 희망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도 의미 있게 볼 항목은 있다. ‘전통시장을 찾는다’는 11.5%에 불과했다. 안 가는 것이다.
대단히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13년 전 시행 때도 충분히 예견됐다. 그게 증명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가야 할 정책 방향은 수정 내지 폐지다. 대구시를 필두로 서울지역 지자체와 경기지역 지자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은 있다. 하지만 아직도 다수 지자체는 여전히 휴일 규제를 지속한다. 합리적 판단이 아니다. 정서에 기댄 판단이고 정치를 셈한 판단이다. 무책임∙무소신 행정이다.
짐작건대 이것밖에 할 게 없어서다. 가장 손쉬운 생색 내기라서다. 역설적으로 보자.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닌가. 전통시장 투자에 우선순위가 없는 것 아닌가. 그러니 의무 휴업 제도에 손을 안 대는 것이다. 국가가 유지하는 정책이니 지자체가 신경 쓸 일도 없고, 규제를 유지하는 데 지자체 예산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그냥 두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전통시장 활성화에 대한 직무 유기 범죄다.
이 대형마트 휴일 의무 휴업 규제가 폐지됐다. 평일에 휴업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발표했다. 현실, 통계에 기초한 결정이다. 높이 평가한다. 짐작건대 또 재래시장으로 달려가는 무리는 생길 것이다. ‘재래시장 죽이기’라며 선동도 할 것이다. 대개 13년 전 의무 휴업 규제를 밀었던 그 세력들일 것이다. 전통시장이 확 살아날 것이라고 선동하던 그 세력들일 것이다. 배신감과 무능함을 생각하면 지금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돌팔매 맞을 이들은 그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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