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성폭행 당해” 그녀의 자작극, 무고 남성은 극단선택 시도
한 영국 여성이 아시아계 갱단에게 납치·성폭행·인신매매를 당했다고 주장해 현지 사회가 발칵 뒤집힌 가운데, 이 여성의 진술이 전부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성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무고한 남성을 지목한 뒤 성폭행 피해를 주장했는데,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남성들은 살해 협박을 받거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21일(현지 시각) BBC는 거짓말로 수사 체계에 혼선을 제공한 혐의로 징역 8년 6개월을 선고받은 엘리너 윌리엄스(23) 사건을 5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통해 상세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2020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윌리엄스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얼굴이 온통 멍투성이인 사진을 올리며 “아시아계 남성 갱단에게 구타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게시물이 다른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순식간에 퍼지면서, 무고한 남성들이 피해 대상이 됐다. 이들은 폭언은 물론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 일부는 사업체까지 잃었다.
윌리엄스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증거가 없고 윌리엄스 역시 신고를 철회해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일부는 실제 구금까지 이어졌다. 2019년 윌리엄스의 허위 신고로 한 남성은 10주간 교도소에 구금됐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당시 윌리엄스는 “그가 칼을 들고 나를 협박했다. 머리카락을 잡고 욕실로 끌어당겨 옷을 벗긴 뒤 샤워 헤드로 때렸다”고 주장했다.
아시아계 갱단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허위 신고는 수사기관이 ‘그루밍 스캔들’이라고 명명하고 대대적인 조사에 나설 정도로 규모가 컸었다. 당시 윌리엄스가 갱단에 납치됐다는 장소를 건물 배치도까지 그려가며 매우 상세하게 설명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CCTV 등에는 윌리엄스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그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휴대전화 기록이 윌리엄스 진술과 모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도 윌리엄스는 자작극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한 남성이 자신에게 약을 먹인 뒤 성폭행하고 두 명의 아시아 남성과 성관계를 갖도록 강요했다는 주장이었다. 이때부터 경찰은 윌리엄스 진술 신빙성에 의심을 가졌지만, 혹시 모를 실제 피해 상황을 우려해 조사를 이어갔다. 이 수사 과정에서 무고하게 용의자로 지목된 남성 2명은 극단적 선택 시도까지 했다.
윌리엄스의 진술이 거짓일 거라는 경찰의 의심은 영국 랭커셔주의 프레스턴에서 찍힌 CCTV 영상에 의해 확신이 됐다. 여기에 성폭행 증거는커녕, 윌리엄스가 먼저 자신이 용의자로 지목했던 남성에게 다가가 라이터를 빌리고 잠시 대화를 나눈 뒤 헤어지는 모습이 담긴 것이다.
윌리엄스는 결국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전환됐다. 2020년 5월 19일, 경찰은 윌리엄스 체포를 위해 자택을 방문했다. 체포당할 때도 윌리엄스는 거짓말을 멈추지 않았다. “아시아 남성 갱단에게 잔인하게 성폭행당했다” 등의 주장을 반복했다. 협박 도구로 사용됐다는 망치를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감식 결과, 망치에서 나온 유일한 DNA는 윌리엄스 것이었다. 얼굴의 멍 등 부상 역시 자해 흔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형사들은 윌리엄스가 왜 거짓 피해를 지속해서 주장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 신문을 맡았던 형사는 “그녀는 정말 문제가 많은 소녀임이 분명하고, 그런 점에서 정말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도 “빨리 알아내지 않았다면 윌리엄스의 거짓말은 더욱 심화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윌리엄스의 행동으로 인해 실제 성범죄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게 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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