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한규섭]‘엘리트 여당, 운동권 야당’ 누가 먼저 공천 공식 깰까
민주당은 후보 중 집시법 위반 전력자 19%
양당에 실망 큰 이번 총선, 공천 쇄신이 관건
후보자 프로필로 보면 당시 미래통합당(통합당), 지금의 국민의힘(국힘)은 ‘엘리트’ 정당, 더불어민주당은 ‘운동권’ 정당으로 요약될 수 있었다. 우선 지난 총선에서는 총 40명의 검찰 출신 후보들이 공천을 받았다. 이 중 통합당은 24명, 민주당은 8명이었다. 이는 통합당 공천자의 10.4%, 민주당 공천자의 3.2%에 해당하여 통합당이 검찰 출신 후보자의 비율이 확실히 높았다. 반면 경찰 출신 비율은 통합당(2.2%)과 민주당(2.4%)이 비슷했다.
변호사(통합당 18.7% 대 민주당 13.8%), 교수 등 학계(통합당 26.5% 대 민주당 5.5%), 공공기관(통합당 21.3% 대 민주당 11.5%)과 같이 소위 전문직 출신 후보자 비율도 통합당이 민주당보다 확연히 높았다. 마찬가지로 기업가 출신 후보의 비율도 통합당(12.2%)이 민주당(7.5%)보다 높았다. 후보자들의 출신 학교(최종학력 기준)별로 나눠 보면 서울대(123명), 고려대(86명), 연세대(66명) 등 소위 ‘SKY대학’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는데 통합당은 39.4%, 민주당은 34.8%로 통합당이 민주당보다 높았다. 요약하면 통합당 후보들은 좋게 보면 ‘엘리트’, 나쁘게 보면 ‘기득권’ 집단으로 요약될 수 있었다.
선거 때마다 언론의 관심을 끄는 것이 후보자의 전과 이력이다. 전과 기록 여부가 확인 가능했던 851명 중 전과를 가진 후보자가 무려 38.7%에 달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10명 중 4명이 범죄 기록이 있었다는 얘기다. 심지어 지역구 후보자 50명 이상을 낸 6개 정당 중 민중당은 63명 가운데 42명(66.7%)이 전과자였고 한 후보는 무려 전과 10범이었다. 정의당도 전체 후보자 중 50%(40명)가 전과 이력이 있었다.
민주당과 통합당 후보자 중 전과자 비율은 각각 39.2%와 25.6%로 민주당이 약 1.5배 높았었다. 민주당 공천 후보의 18.8%가 ‘집시법 위반’ 전과가 있어 정의당(21.3%)과 비슷했고 민중당(31.7%)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반면 통합당은 1.4%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공천 후보 8.8%가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자였던 데 반해 통합당은 2.7%였다. 민주당의 ‘운동권’ 정당 정체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에는 ‘훈장’으로 인정받던 집시법, 국보법 위반 전력에 대한 유권자의 태도가 이제는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참고로 ‘음주운전’의 경우 민주당(10.0%)과 통합당(10.5%) 후보들이 거의 동일했다.
사실 지난 총선에서는 ‘공천 공식’ 파괴 시도가 유권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당시 정당별로 재공천 신청자 중 실제로 재공천을 받은 비율을 살펴보면 통합당은 56.8% 정도였으나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은 72.9%에 달했다. 참패가 예견되었던 통합당이 내부적으로 ‘물갈이’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았던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파로 보수가 궤멸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양대 거대 정당 모두에 대한 실망감이 커 두 정당 모두 지지율이 지지부진하다. 필자가 매주 대통령 및 정당 지지율 전수를 모아 분석해 오고 있는 결과를 보면 1월 2주 차 대통령 지지율은 면접조사를 기준으로 33.9%이며 국힘은 34.0%, 민주당은 33.7%로 두 정당 간 지지율 차이는 불과 0.3%포인트였다. 오히려 2016년 총선과 유사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압승이 예상되던 새누리당이 공천 파동으로 민주당에 다수당을 내주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이번 선거의 환경을 고려하면 보수는 ‘엘리트’, 진보는 ‘운동권’이라는 공천 공식 파괴가 총선 승리에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준석, 이낙연 신당 등 제3당들이 얼마나 바람을 일으킬 것이냐도 결국 양 정당이 이 공천 공식을 얼마나 파괴하는 모습을 보이느냐의 함수가 될 것이다. 두 정당이 ‘파괴’적 모습을 보이면 신당의 존재 가치는 미미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양 정당이 영입을 발표한 ‘인재’들을 이런 시각에서 보면 흥미롭지 않을까. 물론 아직 공천 게임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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