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러브레터
2024. 1. 22. 23:1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그 유명한 영화 '러브레터'(1999). 극장에서도 보고 DVD로도 여러 번 봤지만 벌써 오래전 일이다.
히로코, 그녀의 사랑은 어쩔 수 없는 조연인가 보다.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추억 때문에 괴롭기 십상이다.
그러나 추억마저 없다면 지난 시간을, 지난 사람을, 지난 '나'를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이지
그 영화에서 제가 공감한 쪽은 오히려 와타나베 히로코예요 그녀가 죽은 애인의 옛집 주소를 팔뚝에 옮겨 적을 때 저는 슬픔의 냄새를 맡았죠 히로코는 죽은 애인에게 편지를 써요 그 편지는 후지이 이츠키(♀)에게 전해지고 이츠키는 또다른 후지이 이츠키(♂)를 떠올리게 되죠 이츠키에게는 플래시백이 있고 과거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요 히로코에게는 플래시백이 없고 몸 위에 주소를 옮겨적는 욕망이 있어요 엽서에 상처를 내면서 잘 지내십니까, 저는 잘 지냅니다 하고 쓰죠 저에게는 플래시백이 없고, 그러니까 되찾을 기억이 없고, 당신과의 추억이 없고, 지금 당장 제가 몸에 당신 이름을 쓰면 당신이 제 앞에 나타나는 동굴벽화의 요술 같은 것이 필요해요 슬픈 엽서 같은 게 말이죠
이와이 슌지 감독의 그 유명한 영화 ‘러브레터’(1999). 극장에서도 보고 DVD로도 여러 번 봤지만 벌써 오래전 일이다. 히로코가 죽은 애인의 집 주소를 팔뚝에 옮겨 적었던가? 어렴풋하다. 이 의미심장한 장면을 일찍이 포착했다면 나 역시 시인처럼 퍽 진한 “슬픔의 냄새”를 맡았을 것 같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 두 후지이 이츠키가 서로를 막 의식해 가던 어린 날의 알싸한 설렘만이 드문드문 남아 있다. 히로코, 그녀의 사랑은 어쩔 수 없는 조연인가 보다.
추억이란 대개 처치 곤란으로 여겨진다. 이별한 뒤라면 더욱.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추억 때문에 괴롭기 십상이다. 그러나 추억마저 없다면 지난 시간을, 지난 사람을, 지난 ‘나’를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모두 변하고 떠나고 죽고 그러는 동안에도 홀로 건재한 추억. 이제는 알겠다. 결국 추억이 이긴다는 것. 남겨진 자는 오직 추억으로 계속 살아간다는 것.
박소란 시인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세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