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달러 선수인데 MVP를 못 받는다? 오타니 외면한 도박사들, 편견 뒤집을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 아니 전 세계 스포츠계의 역사라고 할 만 했다. 지난해 12월 LA 다저스와 초대형계약에 사인한 오타니 쇼헤이(30)의 계약서에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충격적인 금액이 적혀 있었다. 자그마치 7억 달러였다.
오타니는 LA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이는 종전 역대 최고액 계약이었던 전 팀 동료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의 12년 총액 4억2600만 달러를 아득하게 뛰어넘는 것이었다. 북미 스포츠, 전 세계 스포츠 역사를 통틀어도 단일 계약으로 7억 달러를 찍은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오티니가 현시점 스포츠계의 아이콘임을 상징하는 계약이기도 했다.
현대야구에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투‧타 겸업의 신기원을 쓴 오타니는 이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앞두고 대박이 예상됐다. 트라웃의 기록을 뛰어넘어 메이저리그에서는 누구도 가보지 못한 5억 달러의 벽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2023년 시즌 막판 팔꿈치 인대에 다시 문제가 생겨 수술대에 올라 2024년 투구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시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FA 시장이 개장하자마자 많은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및 소식통들은 오타니가 5억 달러를 넘는 계약에 사인할 것이라 예상했다. 5억 달러 이상은 이미 시장에서 예상됐던 부분은 만큼 충격파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6억 달러를 패싱해 7억 달러를 찍은 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일각에서는 적어도 향후 10년 안에는 깨지지 않을 기록으로 본다.
물론 지불 유예 조항이 있기는 하다. 오타니는 매년 200만 달러씩, 10년간 총 2000만 달러를 받고 남은 6억8000만 달러는 10년 뒤부터 나눠 받는다. 이자율과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현재 가치는 4억 달러 중반에서 5억 달러 정도밖에 안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오타니는 자신의 몸값 때문에 다저스의 실탄이 당장 동나는 것을 원치 않았고, 다저스는 오타니에게 10년간 주지 않을 6억8000만 달러로 재투자를 할 수 있으니 큰 이익이다.
그런데 도박사들은 이 7억 달러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쓴 선수가 당장은 리그 최우수선수(MVP)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도박사들의 2024년 내셔널리그 MVP 배당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오타니는 어떤 업체에서도 1위가 아니다. 오히려 1위는 모두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다.
모든 업체들이 아쿠냐 주니어의 배당을 가장 낮게 책정하고 있다. 배당이 낮다는 것은 MVP가 될 확률이 그만큼 가장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오타니가 안정적인 2위를 달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팀 동료들인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과 함께 2~4위를 다투고 있다. ‘베가스 인사이더’가 집계한 5개 업체의 배당을 분석한 결과 아쿠냐 주니어가 1위, 베츠가 2위를 기록하고 있고 오타니는 공동 2위, 혹은 3위, 혹은 4위다.
오타니는 이미 2021년과 2023년 아메리칸리그 MVP를 차지한 경력이 있다. 여전히 30세고, 전성기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역시 팔꿈치 수수술 여파가 크다. 오타니의 팔꿈치 수술이 타격에 영향을 줄 것이라 예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투수로는 나서지 못한다. 오타니가 그간 MVP 레이스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투‧타 모두 뛰어난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표인단에 내세울 하나의 날개가 2024년에는 꺾이는 셈이다.
그렇다면 타격 자체만으로 MVP에 도전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게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의 생각이다. 오타니는 지난해 타자로도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올랐지만, 순수한 타자만으로 놓고 보면 오타니보다 더 나은 타자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에 빛나는 아쿠냐 주니어는 오타니보다 공격에서 더 나은 생산력을 뽐냈다. 시즌 159경기에서 타율 0.337, 41홈런, 106타점, 73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12의 성적은 말 그대로 어마어마했다.
베츠와 프리먼도 순수 타격 성적만 놓고 보면 오타니와 상대할 수 있을 만한 경력을 뽐냈다. 여기에 오타니는 사실상 지명타자로만 뛸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수비 공헌도에서도 손해를 본다. 베츠와 프리먼, 아쿠냐 주니어는 모두 수비에서도 뛰어난 선수들이라 가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오타니가 ‘타자’로도 자신이 넘버원임을 증명할 기회는 충분히 있다. 이는 메이저리그 평정이 될 것이고, 투수로 10년을 더 전성기에서 보낼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가운데 타자만 해도 오랜 기간 공헌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다저스에는 성공적인 계약 시작이 될 것이다. 물론 2025년 시즌을 앞두고는 이 배당에서 압도적인 1위로 돌아갈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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