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우리콩 '독립군' 함정희 대표를 만나다
(전주=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함정희(71) 대표. 햇수로 23년을 국산 콩 연구와 보급에 힘써온 '국산 토종 콩 전문가'다.
함 대표는 토종 콩 전문기업 '함씨네 토종콩식품'을 경영하며 원광대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할 정도로 '콩에 진심'이다. 2007년 '쥐눈이콩 마늘 청국장'을 개발해 특허청의 특허도 받고 '신지식 농업인장'에도 선정됐다. 2019년에는 한국노벨재단으로부터 노벨생리의학상 한국 후보로도 추천받았다.
함 대표는 20여년 이상을 제대로 된 국산 콩 식품에만 집중해 농림수산식품부장관 표창(2008), 대통령상(2010), 경찰대 감사장 수상(2013),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 표창(2011), 2018년 서울대 명예의 전당 등재, 2018년 전주 세계슬로어워드 수상, 2018년 대한민국 동탄산업 훈장 등 다수의 수상을 이어왔다.
그는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수입콩 사업을 과감히 접고 국산 콩을 고집하며 전주지역 대형마트 납품까지 포기했다. 국산 콩을 써 단가가 맞지 않아 자진해서 대형마트 납품을 포기한 함 대표의 사례는 당시 지역 유통가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회자됐다.
하지만 지속적인 수익 창출은 쉽지 않았다. 제작진은 현재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함 대표의 공장을 직접 방문해 그의 말을 들어봤다.
다음은 함 대표와의 일문일답.
-- '우리콩 독립군'이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 2001년 전주시청 강당에서 안학수 박사가 '우리 토종 콩을 지키지 않으면 5천년 역사 문 닫는다'며 수입콩이 GMO 유전자 변형콩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당시 수입콩 사업을 했는데 그 강의를 듣고 과감히 접었다.
--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 내가 아무리 우리 토종 콩이 좋고, 효능이 좋다고 얘기를 해도, 나는 식당 아줌마이며 두부공장 사장, 청국장 아줌마일 뿐이라 내 말이 힘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얘기해야 할까 하는 고민에서 박사를 하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다. 아주 힘들었지만 꼭 해야겠다는 생각에 69세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 쥐눈이콩의 어떤 점이 우리 몸에 좋은가. ▲ 특수한 항암물질인 '글리시테인(glycitein)'이 쥐눈이콩 껍질에 있다. 특수 해독제면서 항암제다.
-- 그 성분이 GMO 콩 뿐만 아니라 다른 콩에도 없는가. ▲ 그렇다. 우리나라 콩인 쥐눈이콩에만 있다. 우리 조상들은 병났을 때 먹으라고 해서 '약(藥)'자를 붙여서 '약콩'이라 했고 쥐눈같이 생겨서 '쥐눈이콩'이라고 부르며 식용보다는 약용으로 썼다. 공부를 해보니까 동의보감에 나와 있다. 그걸로 청국장을 했고 마늘을 넣어 특허도 받았다.
-- 지금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어떤 상황인가. ▲ 국산 쥐눈이콩만 고수하다 보니 높은 생산 단가가 발목을 잡았다. 공장이 경매에 넘어갔다. 경매가가 많이 낮아져 나를 아는 사람이 낙찰받아 (내게) 임대로 준다고 했다. 그런데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 매우 비싸게 (낙찰가를) 써버렸다. 알고보니 중국으로 무역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강력하게 우리를 인수하기 원했고 기계까지 경매 들어갔다. 그 때 중국이 개똥쑥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탔고 내가 전에 만난 중국 고객이 우리 제품을 10만 개에서 20만 개 수출해 주겠다고 들은 얘기가 생각났다. 그래서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그 사람이 인수를 안하고 계속 미뤄지고 있다. 마음 속에서 우리 것이 중국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 쥐눈이콩 관련해 나만의 철학이 있다면. ▲ 청국장을 만들때 꼭 저온에서 콩을 다뤄야 하고 약한 불로 8시간 정도 삶은 후 40도 넘은 곳에서 3일을 띄우면 완전 발효가 된다. 더 중요한 건 절대 화학약품을 쓰지 않는 것이다. 누에도 키울 때 보면 냄새가 조금만 나도 다 죽는다. 청국장균도 그렇게 다뤄야 한다. 우리나라는 계절이 뚜렷하고, 물이 맑고 공기가 좋아 발효에 제격이다.
--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면 어떤 계획이 있는가. ▲ 쥐눈이콩과 청국장, 마늘을 조합해 특허도 받고 많은 사람의 건강이 좋아지는 것도 봤다. 중국의 개똥쑥이 노벨 생리의학상도 타는 걸 보고 나도 쥐눈이콩을 더 연구해 치유 식품을 알리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발표식품을 통해 국민 건강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
--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 콩의 꽃말이 '꼭 오고야 말 행복'이다. 우리나라에는 하늘이 준 자원이 있다. 그게 콩이고 발효식품이다. 요즘 우리나라 문화가 세계에 뻗어 나가는데 이런 먹거리를 통해 세계인이 건강해지고 우리 콩이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식품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기획 : 도광환, 촬영 : 김민규, 웹 기획 : 유준하, 연출 : 김현주>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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