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 개미’ 하락장에 더 과감해졌다…올들어 20배 폭증한 신용잔액

코스피 7% 넘게 빠지는데도
주가 상승 노린 신용거래 늘어
티웨이항공 잔액 2248% 급증
일각선 개미 빚투 리스크 우려

[사진 출처=연합뉴스]

올들어 코스피지수가 7% 넘게 빠지는 가운데서도 일부 종목에 대해서는 개미들이 과감한 배팅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종목은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빚을 내서 자기자본 이상의 주식을 매수하는 신용거래가 급증했고, 신용잔고도 20배 넘게 늘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기준 17조 5584억원이던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1월 19일 기준 18조 2130억원으로 증가했다. 3주 만에 3.73%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8~9월 20조원 규모로 불어났던 때 만큼은 아니지만 리스크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부 종목에서는 신용잔고가 크게 증가했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KODEX200은 2일 신용융자잔고가 8만9783주에 불과했지만, 19일에는 59만 3092주로 급증했다. 잔고증감률로는 무려 560%가 넘는다. 문제는 같은 기간 해당 종목 가격이 3만 6390원에서 3만 3570원으로 되려 떨어졌다는 점이다.

신용융자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실제 티웨이항공은 새해 들어 신용잔고가 2248.7%가 증가한 가운데, 같은 기간 주가는 2670원에서 3205원으로 상승했다.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해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를 했더라도 실제 주가가 예상대로 올랐으면 수익률을 높일 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비슷하게 롯데정보통신의 주가는 올해 3만 200원으로 시작해 19일 4만 6650원이 됐는데, 해당 기간 신용잔고가 628% 늘어 56만 8360주가 됐다. 마찬가지로 동원산업의 주가도 3만 3000원에서 3만 6300원으로 10% 올랐는데 신용잔고는 5만 8000여 주에서 19만 1700여 주로 늘었다.

하지만 신용잔고가 늘면서 가격이 빠지는 종목들이 문제다. 오리온은 올들어 신용잔고가 1만 8860주에서 26만6789주로 무려 1314%가 늘었는데, 주가는 되려 11만 6900원에서 9만2000원으로 내렸다. 올들어 매매동향을 봐도 주로 개인투자자들이 사고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들이 매도했다. 오리온의 주가는 22일에도 2.5%가 내린 8만9700원으로 장을 마쳤다.

LG도 마찬가지다. LG의 주가는 1월 2일 8만 4800원에서 19일 종가 기준 7만 2000원까지 내렸는데, 같은 기간 신용잔고가 6만 64주에서 12만 7565주로 2배가 됐다. 한국거래소에서 투자자별 최근 1개월 누적 순매수 동향을 보면 LG는 개인이 81만주를 사고, 외국인이 36만 4000여 주를 팔았다. 같은 기간 기관은 52만주 넘게 순매도했고, 연기금도 27만주 넘게 순매도했다. 개인들이 빚까지 지면서 주식을 사는 동안 주가는 내려간 것이다.

보통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FOMO(수익에서 홀로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 심리가 확산될 때 빚투가 증가한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거나 작년 2~3분기와 같이 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때 빚투가 많아진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들어 주가가 많이 내리면서 저평가 상태에 있다고 시장이 인식했다면 시장 전체적으로 위험하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시장 전체적으로 작년 3분기처럼 빚투가 폭증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테마종목들을 위주로 일부 투자자들이 빚을 내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투자자들이 작년에 에코프로에서 너무 많은 돈을 벌다보니 테마주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 보다는 눈앞에 큰 수익에 대해서 더 크게 인식하는 것 같다”면서 “당장 장이 더 좋아질 만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 만큼 미국의 금리가 하락하는 등의 기대에 편승해 빚투를 늘린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