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약속대련'…윤-한 충돌에 정치권 해석 분분

최영서 기자 2024. 1. 22. 22: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건희 명품백'·'김경율 밀어주기' 논란에 당정갈등
민주, '대통령 당무 개입' 비판…윤 법적 조치 언급도
개혁신당 등 '약속대련' 주장…"애초에 기획된 것"
여 내부 "한동훈 체제 끝까지" "한, 일탈 책임져야"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01.22.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실전이냐 약속대련이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한 달 만에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가 나오면서 당정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을 두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한 위원장은 일단 자신에 대한 거취 압박에 선을 긋고 직무 수행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실제 갈등이라는 주장과 쇼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동훈, 사퇴 요구 일축…민주 "대통령 당무 개입"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예정대로 국회에 출근해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퇴 요구를 수용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과의 갈등 요인으로 꼽히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 대응에 대해서도 "입장이 변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 눈높이'가 중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정 간 갈등이 계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은 그 틈을 파고들어 양쪽을 동시에 비판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당무 개입'이라며 법적 조치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심(윤 대통령 의중), 한심(한 위원장 의중) 나눠 싸울 게 아니라 민생부터 챙겨야 한다"며 양측을 동시에 겨냥했다. 이어 "한심하다"고도 보탰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특히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의혹을 문제 삼으며 "특정 정당의 선거, 총선과 관련해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깊숙이 개입한 사례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가 있었던 것을 인정했다며 명백한 당무 개입으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압박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정치중립 위반은 물론 형사처벌도 될 수 있는 중대한 불법 행위"라며 "더욱이 당무 개입의 이유가 국민적 의혹의 중심에 선 김건희 여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명백한 이해충돌"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끝까지 안 물러날 것" vs "친윤계 압박에 직 유지 어려워"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갈라 설 것이라는 주장과 갈등을 봉합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한 위원장의 거취를 두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 위원장 외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여론과 함께 물러날 경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되는 만큼 끝까지 버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윤석열 정권의 집권 전반기인 것을 고려하면 현재 권력이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을 것이란 반론도 거세다.

개혁신당 정책위원장을 맡은 김용남 전 의원은 "한동훈 위원장이 버티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 원장은 이날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실에서) 사퇴하라는 얘기가 전달됐고, 한동훈 위원장이 계속하겠다 하고 충돌하면서 용산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모양새"라며 "제도적으로 비대위원장이 버티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의 경우 최고위원 4인 이상이 사퇴를 해버리면 그 지도부를 붕괴시킬 수 있는데,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 내지는 비대위의 종료 사유가 없다"고 부연했다.

반면 친윤 의원들이 공세에 나서면 지지 기반이 약해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의원 총회처럼) 당에서 의원 여러 명이 연명을 통해 집단적인 의사표시가 나올 경우에 과연 한 위원장이 계속 그 직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는 게 상식 아니겠나"라고 예상했다.

이어 "한 위원장이 당에 뿌리가 있어서 생각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많거나 그런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당원 투표로 선출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대위 체제라는 것이 항상 불안한 건데 참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야권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아무튼 대통령을 이기는 비대위원장은 없다"며 "(한 위원장이) '내가 할 일을 하겠다'라고 저항을 하지만 종국적으로는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속대련' 의혹도 제기…여 내부 분열 양상

한 위원장이 사퇴 요구가 있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이번 사태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에서 기획된 '약속 대련'이라는 의혹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극적인 갈등 봉합에 따른 반전을 노리고 짜고 쳤다는 얘기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잘 아는 모 인사가 내게 '이관섭 (비서)실장을 보낸 건 약속 대련'이라고 이야기하더라"라며 "애초에 기획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속된 말로 혼내거나 싫은 소리 할 일이 있으면 전화하거나 텔레그램을 하면 된다"며 "굳이 이 실장을 보내 '너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 쪽에 힘이 쏠리는 모양새로 끝을 내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총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향후 분위기에 촉각을 곤두 세우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의견을 내는 의원들은 많지 않지만, 갈등을 조기에 봉합하고 선거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유경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8대 지방선거에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장 때 모인사들로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공천을 하지 않을 것이면 공천관리위원장에서 내쫒겠다는 식의 협박을 받았다"며 한 위원장을 향해 "국민을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면 된다"고 응원했다.

태영호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한 위원장을 우리 손으로 쳐낸다면 가장 기쁜 건 민주당"이라며 "총선 79일 앞둔 지금은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끝까지 가야 한다"며 "자멸, 공멸의 길로 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여사의 명품백 관련 의혹을 옹호하거나 한 위원장의 '사천 논란' 책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은 이날 김 여사 관련 사건에 대해 "이 사건의 실체는 몰카를 갖고 들어가서 불순한 목적으로 공작을 하려다 실패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사과는 불법이나 과오가 있을 때 하는 것이다.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는데, 피해자에게 사과하라는 것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5선의 김영선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중간평가이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에 맞춰 시스템공천으로 치뤄지는 총선"이라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개인 이탈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gagai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