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신고 가는 곳은 휠체어도 갈 수 있어야죠”
대학생 김보민·손선인씨
장애인들 이동권 시위 안타까워
크록스 신발 꾸미듯 바퀴 장식
“편견 없이 함께 걷는 세상 희망”
“신발을 신고 갈 수 있는 곳은 휠체어도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학생 김보민(23)·손선인(23)씨가 디자인한 ‘휠크록스’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은 이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휠크록스는 휠체어 이용자가 자신의 휠체어 바퀴를 꾸밀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크록스’ 신발을 신는 사람들이 ‘지비츠’로 알록달록 신발을 꾸밀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김씨와 손씨는 휠체어 바퀴의 부챗살을 감싸 보호하는 부속품인 스포크가드에 지비츠를 부착해 꾸밀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했다. 손씨는 22일 통화에서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나와 내 주변을 꾸미고 싶어 하고 어디든 편히 이동하고 싶어 한다”며 “신발과 휠체어는 같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휠크록스는 지난 18일 유튜버 이유정씨의 ‘리즌정의 원더랜드’ 채널 쇼트 영상에 게시되면서 유명해졌다. 휠체어 이용자인 이씨가 휠크록스를 자신의 휠체어 바퀴에 부착한 영상이 지난 21일 국내 한 커뮤니티에 퍼져 하루 만에 2만여명이 시청했다. “너무 잘했다. 크록스 뭐하냐 돈 주고 사가라” “어린이들 휠체어도 너무 예쁘게 꾸밀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예쁘고 귀해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두 사람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 인권단체의 이동권 시위를 보며 휠크록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했다. 장애인 단체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승차를 시도하고, 이로 인해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장애 인권’이 ‘논란’으로 소모되는 데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김씨는 “시위의 의도가 왜곡돼 어렵게 전달되는 것이 항상 아쉬웠다”며 “(시민들이) 불편해하고 어려워하는 것을 편하고 쉽게 다가갈 수 없을까 고민해왔다”고 했다.
‘휠체어 바퀴 꾸미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안전성에 문제는 없는지, 액세서리 무게 탓에 이동에 지장은 없는지, 쉽게 탈부착할 수 있는 소재는 무엇인지 등을 하나하나 따져야 했다. 비장애인이라 휠체어 이용자의 선호나 상황, 여건을 모른 채 디자인하는 것도 고민으로 남았다. 두 사람은 휠체어 제작 업체에 자문을 구하고 장애인들을 인터뷰하는 등 보다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을 위해 애쓴 끝에 휠크록스를 만들었다.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우려도 컸다고 한다.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않을까’ ‘편견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걱정됐다는 것이다. 오히려 장애인 당사자들이 이들에게 ‘괜찮겠냐’고 묻기도 했다. 손씨는 “(장애인들의 걱정이) 오히려 동기부여가 됐다”며 “이런 것으로 사람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오히려 (많은 이들이) 좋게 봐줄 것이라 믿었다”고 했다.
휠크록스 디자인을 통해 이들이 던지려는 메시지는 ‘구분 짓지 않기’다. 손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는 편견을 지양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내 주변을 꾸미려는 마음이 이동하는 신발과 휠체어에서 뭐가 다르겠나. 버스를 타든 지하철을 타든, 같이 걸어가는 게 당연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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