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비웃는 ‘비곗덩어리 삼겹살’…다시 유통, 소비자 분통
‘브랜드 한돈’도 기름 덩어리 ‘밑장 깔기’로 포장 납품…대형마트 ‘곤혹’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몰에서 더 기승…농식품부, 뒤늦게 특별점검
서울 성북구에 사는 주부 최모씨(53)는 최근 한 유명 온라인몰에서 삼겹살을 30~35% 싸게 판다는 소식에 바로 주문했다. 100g당 2900~3300원에 400g짜리 ‘브랜드 한돈’ 3팩을 4만원가량 주고 구입한 최씨는 고기를 굽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겉보기에는 멀쩡했는데 아래쪽 절반은 거의 비곗덩어리였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 비중이 지나치게 많은 이른바 ‘비곗덩어리 삼겹살’이 시중에 다시 대량 유통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명 온라인몰에서 판매 중인 ‘무항생제 해발 500포크’의 냉장 미박삼겹살 구이와 ‘설성 목장’의 무항생제 한돈 벌집 삼겹살 등 브랜드 삼겹살에 비계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특히 아래에 깔린 삼겹살 상태까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비계가 많은 삼겹살을 온라인으로 대량 유통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한돈업체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돼지가 지방을 많이 축적하기 때문에 삼겹살 비계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대형마트의 할인 경쟁에 납품물량이 대폭 증가해 일부 작업자들이 비곗덩어리를 제거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주로 육가공 협력업체들이 완제품 상태로 포장해 납품하는 ‘브랜드 삼겹살’에서 과지방 제품이 많이 나와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비곗덩어리 삼겹살’은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몰에서 더 많이 유통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문제가 된 농협 브랜드 삼겹살도 협력업체에서 가공해 온라인몰 위메프에서 판매한 상품이었다.
A대형마트 관계자는 “진공 포장 상태로 들어오는 ‘브랜드 삼겹살’에서 비곗덩어리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며 “무작위로 검수 작업을 거치고 있지만 입점 업체가 완전 상품으로 납품하기 때문에 속까지 일일이 품질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대형마트 관계자는 “마트 축산팀에서 직접 가공해 포장, 판매하는 삼겹살은 고객이 육안으로 비계 비중을 확인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며 “입점업체 상품의 경우 전부 뜯었다가 재포장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밝혔다.
앞서 대형마트들은 지난해 3월3일 일명 ‘삼겹살데이’를 앞두고 ‘반값 삼겹살’ 대규모 할인행사에 들어갔지만 대부분 비곗덩어리 상품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소비자들이 삼겹살의 고기와 지방 비중에 대한 기준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자, 정부는 지난해 10월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을 업계에 배포했다. 매뉴얼은 소포장 삼겹살은 1㎝ 이하, 오겹살은 1.5㎝ 이하로 지방을 제거하고 과지방 부위는 폐기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올 들어서도 지방이 과도하게 많은 삼겹살이 유통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부터 다음달 8일까지 축산물 가공·유통업체 중 1만곳을 대상으로 품질관리 실태 특별점검·지도에 들어간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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