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악의 종교 분쟁 지역에 들어선 힌두교 사원…총선 앞둔 모디의 힌두 민족주의 노골화?
힌두-이슬람 충돌에 2000명 사망했던 곳
오는 4월 총선 전 무리한 개관 행사 비판
BBC “이슬람교도 고통 기억 불러일으켜”
인도 최악의 종교 분쟁이 발생했던 곳에서 22일(현지시간) 대규모 힌두교 사원 축성식이 열렸다. 오는 4월 또는 5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힌두 민족주의 행보가 더 노골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이날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에서 진행된 힌두교 라마신 사원 개관 행사에 참석했다. 축성식엔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고, 인도 정부는 모든 관공서에 반일 휴무를 명령했다. 일부 주에선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축성식이 열린 아요디야는 힌두교도에겐 최고의 성지로 꼽힌다. 힌두교도는 약 7000년 전 아요디아에서 라마신이 태어났다고 믿는다. ‘이상적인 지도자상’을 상징하는 라마신은 인도인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신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힌두교도들은 16세기 초 이슬람 무굴제국이 아요디야를 정복한 뒤 라마신 탄생 성지를 허물고 그 자리에 모스크를 세웠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1992년 12월 극렬 힌두교도들이 모스크를 파괴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가 충돌해 약 2000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지금까지도 인도 역사상 최악의 종교 분쟁으로 회자된다.
이후에도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는 아요디야를 차지하기 위한 자리싸움을 펼쳤다. 2019년 인도 대법원은 부지 활용 권한이 힌두교에 있다고 판결했다. 힌두교는 곧바로 라마신 신전을 짓기 시작했고, 이날 1단계 완공식이 열렸다. 2단계 최종 완공은 내년 12월로 예정돼 있다.
일각에선 모디 총리가 총선을 앞두고 힌두 민족주의를 강조한 선거 운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모디 총리는 2014년 5월 집권 이후 힌두 국수주의를 강화하며 이슬람교도 차별 정책을 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약 14억명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 표를 독식해 장기 집권의 길을 닦았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특히 사원 건축이 모두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두 단계로 나눠 총선 전 개관 행사를 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BBC는 “모디 총리가 세속 국가인 인도에서 종교 행사를 오용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며 “인도 최대 소수민족인 이슬람교도는 그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려야 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야당 인도국민회의(INC) 일부 지도부는 이날 행사를 보이콧했다. 인도 정치평론가 프리트비 다타 찬드라 쇼비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행사는 종교의식이라기보다 총선 캠페인의 시작처럼 느껴진다”며 “총리가 마치 중요한 의식을 치르는 황제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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