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3국, 이·하마스에 ‘90일 3단계 계획’ 새 중재안 전달

WSJ “인질 모두 석방, 가자 이스라엘 병력 철수 등 담겨”
이 내각 강경 일변 태도에 하마스 내부 균열 ‘산 넘어 산’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종식과 인질 석방을 위한 새로운 중재안을 마련해 조만간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21일(현지시간) 나왔다. 하지만 중재안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견해차가 워낙 커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이집트·카타르가 새 중재안을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전달했고,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수일 내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중재안은 90일 동안 총 3단계에 걸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에 각각 억류된 인질과 수감자를 맞교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90일 계획’의 첫 단계는 하마스가 먼저 지난해 10월7일 납치한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을 모두 석방한 뒤, 이스라엘이 수백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풀어주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한다. 두 번째 단계는 하마스가 여성 군인 인질과 시신을 이스라엘에 인도하고, 이스라엘은 더 많은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한다. 세 번째 단계는 남은 남성 군인 인질 맞교환이다.

중재안 작성에 참여한 익명의 이집트 정부 관계자는 가자지구 재건을 위한 자금 조성과 하마스 지도자의 신변 보장,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 간의 관계 정상화,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 등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WSJ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협상에 임하려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의지는 긍정적”이라며 “현재 양측의 입장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중재자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 해결의 키를 쥔 미국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악시오스는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브렛 맥커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을 오는 28일 이집트로 파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맥커크 조정관은 이집트에 이어 카타르를 방문해 휴전과 인질 석방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WSJ도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인질 석방부터 시작해 이스라엘군 철수와 가자지구 전쟁 종식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외교 과정에 참여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중재안이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우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극우 내각의 강경 일변도 태도가 한계로 꼽힌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하마스 괴물들이 제시한 항복 조건을 내가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가 전쟁 종식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대원 석방을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다며 이는 사실상의 항복 요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스라엘은 완전한 승리를 원한다”며 “전후 가자지구에서 테러를 지원하고 교육하는 당국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등이 전후 가자지구를 통치해야 한다는 미국 주장에 재차 반기를 든 셈이다.

이스라엘 내각의 분열도 협상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집트 정부 관계자는 WSJ에 “이스라엘 주요 인사들은 공개적으로 비타협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내각 내에선 인질 석방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협상에 임하는 이스라엘 정부가 통일된 안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

하마스 내부 상황도 복잡하다. 한 소식통은 “하마스 내부 균열이 협상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WSJ에 따르면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 등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인사들은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전부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스마일 하니예 등 가자지구 외부에 머무는 하마스 고위 인사들은 전후 하마스 조직 개편과 가자지구 비무장화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WSJ는 “신와르와 하니예가 거의 한 달 동안 직접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하마스가 앞선 일시 휴전 기간 석방된 수감자보다 더 많은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군에 새로 체포됐다는 점에 불만을 품고 추가 협상을 꺼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