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피하세요” 이웃 구한 20대…연기 속으로 뛰어 들어
[앵커]
며칠 전 서울의 한 아파트 큰 화재가 났지만,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이 아파트에 사는 한 20대 청년이 맨발로 모든 층을 돌며 주민들을 대피시킨 선행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윤아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파트 창문에서 뿌연 연기가 치솟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많은 주민이 잠들어 있던 상황.
한 남성이 어디론가 전화를 하며 뛰어다닙니다.
슬리퍼를 신고 급하게 뛰쳐나온 이 남성, 이 아파트 주민 23살 우영일 씨입니다.
[우영일 : "타는 냄새가 너무 짙게 나는 거예요. 최대한 갈 수 있는 데까지는 가 봐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하고 오자..."]
초조한 모습으로 엘리베이터를 탄 우영일 씨.
연기가 가득 들어찬 13층에 내려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우영일 : "어르신 한 분이 쓰러져 계시더라고요. 수건을 어르신 입에다가 막고 나서 이제 바깥쪽으로 끌어냈거든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우영일 씨는 바로 위 14층까지 올라왔습니다.
복도 곳곳이 이렇게 불에 그을렸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주민들의 대피를 도왔습니다.
이렇게 30분 동안 아파트 1층부터 13층까지 오르내리기를 두 번.
세대마다 문을 두들기고, 복도에 쓰러진 고령의 주민을 옮겼습니다.
이렇게 아파트 주민 95명이 무사히 몸을 피했했습니다.
[대피 주민/음성변조 : "'불났다고요. 불났어요' 이런 소리... 연기나오지... 무조건 옷 입고 뛰쳐나갔지."]
[이솔/강서소방서 소방행정과 : "신속한 상황 전파가 중요한데... 청년분께서의 대피 유도가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욱한 연기 앞에서 망설였던 우 씨, 공포감도 느꼈지만 결국 용기를 내게 한 건 아버지의 유언이었습니다.
[우영일 : "누구라도 도울 수 있으면 돕고,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다 해서 절대로 죽을 때 부끄럽지 않게..."]
3년 전 아버지를 간경화로 잃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우 씨는 같은 상황이 또 온다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윤아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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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림 기자 (ah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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