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76세 ‘꽃청춘’ 꽃차 저으며 활짝 폈네

강정의 기자 2024. 1. 22.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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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금산군, 유휴시설 활용해 ‘꽃 할배 할매 카페’ 개점
바리실마을 고령 주민 15명이 운영…동네 활기 되찾아
재배부터 우리가 지난해 10월 충남 금산군 바리실마을에서 어르신들이 꽃차를 만드는 데 쓸 마리골드를 수확하고 있다. 바리실마을 제공

“오랜 기간 홀로 살아온 탓에 우울증을 앓는 어르신들이 많았는데, 카페에 나가는 즐거움에 감쪽같이 나았다고 해유.”

지난 19일 오후 ‘바리실 꽃 할배 할매 카페’에서 만난 최광수 충남 금산군 제원면 명곡2리(바리실마을) 이장은 최근 마을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카페 벽에는 마리골드와 비트, 구절초 등 꽃차의 효능을 적은 게시판이 걸려 있었다. 내부에는 집에서 쉽게 제조해 마실 수 있는 꽃차 포장 상품과 소믈리에 교육을 이수한 주민들의 소믈리에 자격증이 놓여 있었다.

‘바리실’ 글씨가 새겨진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김정순(76)·황향란(80)씨는 주문이 들어온 마리골드 꽃차를 제조하고 있었다. 김씨는 “수십년간 농사만 지으며 무료한 일상을 보냈는데, 꽃차 제조법을 배우고 카페에서 일하면서, 지금도 일하기에 꽃다운 청춘임을 느끼고 있다”며 “카페 근무 소식을 들은 자식들이 직접 가게를 찾아와 격려해주는 등 더 기뻐하고 있다”고 만족했다.

지난해 10월27일 충남 금산군 ‘바리실 꽃 할배 할매 카페’에서 열린 카페 개소식에서 어르신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충남 금산군 제공

충남 금산군은 지난해 10월27일 농촌지역 어르신의 여가와 공동체 활동 등의 복지를 위해 ‘바리실 꽃 할배 할매 카페’ 문을 열었다. 카페 소유주는 바리실마을 주민들이다. 마을 이장과 새마을지도자·부녀회장 등 지도자 3명과 마을 주민 12명 등 15명이 카페를 운영한다. 지도자를 제외한 주민 연령대는 60대부터 80대까지다. 평균 연령은 76세다.

최 이장은 “지역 유휴시설을 어떻게 마을을 위해 활용할 수 있을까 의견을 나누다 금산군농업기술센터 공모 사업에 ‘꽃차 카페 아이디어’를 제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을에 식당도 없고 주민들끼리 얘기를 나눌 공간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지난해 5~9월 꽃밭을 조성하고 꽃차 기본 교육을 이수한 뒤 8~10월 꽃을 채취하는 작업을 마쳤다고 한다.

카페에서는 직접 재배한 식용 꽃인 마리골드와 국화, 도라지꽃 등으로 만든 꽃차를 판매한다. 꽃차를 제조하는 어르신들은 지난해 꽃차 소믈리에 교육(10회)을 받았다.

가격대는 3000~4500원으로, 시중에서 판매하는 차와 비교해 다소 저렴하다. 카페 운영시간은 오후 1시부터 4시까지다. 휴무일은 매주 월요일이다. 집에서 쉽게 제조해 마실 수 있는 꽃차 포장 상품(1만원)도 판매하고 있다.

바리실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은 총 134명(73가구)이다. 이들이 카페의 주 고객이지만 타 지역에서 찾는 방문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 이장은 “카페가 문을 연 이후 두 달간 매출이 1200만원에 달한다”며 “주민들 모두 각자 농사를 짓고 있다 보니 카페 운영 시간이 일반 카페에 비해 짧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 창출보다는 소일거리 제공이란 취지로 문을 연 만큼 어르신들에게 과한 노동을 시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 매출은 인건비·마을환원·카페 운영비 등으로 쓰이고 있다. 향후 지역에 정기적으로 기부도 할 계획이라고 최 이장은 전했다. 군 관계자는 “마을 유휴시설을 재활용한 사례인 ‘바리실 꽃 할배 할매 카페’는 마을 주민들에게 만남과 소통의 장소로 제공되며, 어르신들에게는 소일거리를 주고 있다”며 “향후 카페 주변을 정비하고 시설을 보강해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마을 공동체 사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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