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채용 면접에서 약 복용 여부 질문은 “차별금지법 위반”
장애인 채용 때 업무와 무관하게 장애 등록이나 약 복용 여부 등을 질문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정신장애인 A씨가 경기 화성시 인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발성 우울장애 및 양극성 정동장애로 정신장애 3급을 판정받은 A씨는 2020년 2월 화성시의 9급 공무원 일반행정직 장애인 구분모집 전형에 응시했다. A씨는 지원자 중 유일하게 해당 전형의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두 차례 면접까지 봤으나 그해 9월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에 A씨는 최초 면접 때 받은 질문을 문제 삼으며 소송을 제기했다. 면접위원들이 A씨에게 “장애 유형이 무엇인지” “장애 등록이 되는지” “잠이 많은 이유가 약 복용이나 질환 때문인지” 등의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창의력·의지력 및 발전 가능성’ 항목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미흡’ 등급을 받았다. 추가 면접시험에서는 장애 관련 질문이 나오진 않았으나 ‘미흡’ 등급이 바뀌지 않아 불합격 처리됐다. 장애 관련 질문을 한 면접위원들은 재판에서 “약을 꾸준히 복용해도 규칙적인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사례를 듣거나 목격한 적이 있어 장애에 대한 질문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급심의 판결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면접위원들의 질문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선입견에 기반한 차별행위인 건 맞지만 추가 면접에서 이 같은 행위가 시정됐다는 것이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위법하게 진행된 최초 면접의 결과가 추가 면접에 영향을 줬을 것이므로 A씨의 불합격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을 수긍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채용을 위한 면접시험에서 장애인 응시자에게 직무와 관련이 없는 장애 관련 질문을 해 응시자를 불리하게 대했다면 차별행위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직무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라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사용자가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고용 과정에서 직무와 무관한 장애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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