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등산로 성폭행 살인’ 최윤종, 1심 무기징역
검찰 사형 구형은 수용 안 해
서울 관악구 등산로에서 생면부지의 여성을 성폭행하려고 폭행해 살해한 최윤종(31·사진)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진아)는 22일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제한 및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방법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범행 대상을 몇달간 물색하다 피해자를 발견하자 (피해자의) 머리를 여러 차례 가격했다”면서 “피해자가 격렬히 저항하자 목을 감은 상태로 체중을 실어 피해자의 몸을 누른 점 등에 비춰보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는 고귀한 생명을 빼앗겼고,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길이 없다”며 “유족 또한 치유될 수 없는 고통에 빠졌고 아직까지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의 사형 구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인데 후자를 택한 것이다.
재판부는 최씨가 범죄 전력이 없는 점,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타인과 교류하지 못하고 ‘은둔형 외톨이’로 수년간 생활한 점, 우울증과 인격장애 등을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 대해 생명 자체를 박탈하기보다는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무기징역을 선고해 재범 가능성을 차단하고, 수형기간 동안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자신의 잘못을 참회할 시간을 갖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은 재판장이 “오늘 판결을 선고한다”며 입을 뗀 순간부터 숨죽여 울기 시작했다. “무기징역을 선고한다”는 말이 나오자 피해자 유족과 친구들은 소리내 흐느꼈다.
반면 최윤종은 선고가 진행되는 15여분간 줄곧 고개를 까딱이고 한숨을 쉬다가 입을 삐죽이는 등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피해자의 오빠는 선고 직후 기자들에게 “가해자도 그렇고 가해자 가족도 그렇고 인간적으로 사과 한마디 없는 게 너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최윤종이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보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하는데 엄마랑 저는 이 사건을 누가 또 따라 할까 걱정이 된다”면서 “다시는 동생 같은 피해자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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