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강진군의장 불신임 결의안 파장으로 민심 '흉흉'

박진규 기자 2024. 1. 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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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보 줄세우기 폐해…"군의원들, 군민에 사죄해야" 촉구

김보미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 발의를 계기로 촉발된 지역 정치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2대 총선을 코 앞에 두고 터진 이번 사건을 놓고 총선 후보간 줄세우기가 일으킨 폐해로 지역민심만 이간질했다는 지적이다.

22일 지역정가에 따르면 지난 5일 강진군의회 6명의 의원은 김보미 의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발의했다.

▲강진군의회 회의 모습ⓒ위정성(프레시안)

전체 8명의 의원 중 6명이 이례적으로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이번 일은 지난 1991년 강진군의회 개원 이래 처음이다. 더욱이 김 의장은 34살의 나이로 전국 최연소 의장이다.

지난 2022년 5월 제9대 강진군의회 전반기 의장단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당선된 그가 2년 임기도 다 채우지 전에 의원 대다수로부터 버림을 받은 격이 됐다.

이들은 불신임 결의 사유로 ▲예결위 의사권 방해 ▲역대 최대규모 본예산 삭감처리 및 홍보 ▲의원 형사소송과 관련된 발언 ▲품위유지 위반 등을 꼽았다.

불신임 결의안 발의가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청년위원회는 '청년정치인 죽이기'라고 반발하며 공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여론의 부담을 느낀 탓일까 결의안을 발의한 6명 중 1명을 제외한 5명의 강진군의원들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의장 불신임 결의안을 철회했다.

▲김승남 의원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프레시안

하지만 불신임 결의안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승남 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태와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에 대해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김 의장에 대하 불신임 결의안 발의 사실을 확인한 직후 관련 군의원들과 수차례 면담을 통해 당의 단합과 소통을 강조하는 한편 군의회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결의안 철회를 이끌어내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면서 "그럼에도 결의안이 철회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김승남 의원이 수수방관했다', ‘총선 줄세우기를 했다'는 허위사실이 유포됐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청년당원들의)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민주당 소속 강진지역 청년당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김 의원을 공개 비판한 데 따른 대응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김보미 의장이 "지역구 청년당원에 대한 겁박을 중단하고, 차라리 저를 고소하라"고 김승남 의원을 향해 반발했다.

이어 청년당원 7명은 22일 국회를 방문, 강진군의회 의장 불신임안 사태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징계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를 놓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현 국회의원을 지지하는 군의원들과 타 후보를 지지하는 김보미 의장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비롯됐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결국 총선을 앞두고 과열된 선거전이 군의장 불신임 결의안이라는 불을 지폈고 현역 국회의원까지 연루 의혹이 일면서 선거판이 과열됐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강진지역 청년당원들이 22일 국회를 방문, 강진군의회 의장불신임 사태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징계를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2024.1.22ⓒ

이로 인해 지역 민심은 둘로 갈라섰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강진군 병영면 사회단체는 22일 지역신문에 단체명의 성명서를 내고 "의원 각 개인의 영화와 안이함에 급급해 의회내에서 파벌을 조성하고, 대립을 표면화 시킴으로서 의원간 적대심을 표출하는 등 의회의 존재 가치와 의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위에 대해 심히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의원들은 의원의 자리에 있게 한 군민을 우롱하고 군민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작태를 즉시 시정하고 군민 앞에 정중히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 지역정가 관계자는 "총선 과정에서 지방의원들의 줄세우기는 고질적 병폐 중 하나였지만, 강진군의회처럼 의장 불신임안을 발의하는 등 수면위에서 정치적 보복이 자행된 적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며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과 지방의원간 관계 등 지역정치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박진규 기자(0419@pressian.com),위정성 기자(=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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