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샌티스, 결국 ‘백기’… 트럼프로 더 기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권경성 2024. 1. 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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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경선 D-2 현장] ‘양자 구도’로 재편
트럼프, 로체스터 유세서 “우리는 상식의 정당”
낙마자 대부분 트럼프가 흡수… 反트럼프 한계
헤일리 벼랑 끝… 승리 못 하면 ‘대세론 들러리’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1일 미국 뉴햄프셔주 로체스터 선거 유세 도중 웃고 있다. 뉴햄프셔에서는 이틀 뒤 공화당의 두 번째 대선 후보 경선 투표가 이뤄진다. 로체스터(미국 뉴햄프셔주)=로이터 연합뉴스

“우리는 상식의 정당이다. 우리는 국경을 원한다. 우리는 적은 세금을 원한다. 우리는 강한 군대를 원한다. 우리는 화석연료 시추 확대와 싼 에너지 가격을 원한다.”

미국 공화당의 두 번째 대선 후보 경선인 뉴햄프셔주(州) 프라이머리(일반 투표식 예비선거) 이틀 전인 21일(현지시간). 주 동부 도시 로체스터 시내의 750석 규모 공연장 오페라하우스에 마련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은 어김없이 가득 찼다. 연설 시작(오후 7시) 30여 분 전에 이미 입구가 닫혔지만, 한참 줄을 섰다가 들어가지 못한 지지자 수십 명은 아쉬움에 1시간 넘게 밖에서 추위를 견디기도 했다.


“우리는 트럼프를 원한다” 연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뭉친 우익 ‘팬덤(열광적 지지자 집단)’은 본인의 바람을 자신의 스타가 대신 말해 주자 “우리는 트럼프를 원한다”고 연호했다. 2위권과의 지지율 격차가 워낙 커 경선 전부터 승자처럼 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세는 첫 경선인 15일 아이오와주 코커스(토론식 당원대회) 압승으로 더 등등해졌다.

지지자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하는’ 대통령이다. 4개 사건 91개 혐의로 기소된 그는 이날 유세에서 “대통령에게 면책특권이 없다면 어떤 일도 자유롭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츠머스에서 딸과 함께 30분을 차로 달려 유세를 보러 온 트럭 운전사 조니 제임스(62)는 ‘왜 트럼프를 지지하나’라는 질문에 “그는 자기 할 일을 한다(He gets the job done)”고 답했다. 자신을 40대라고만 밝힌 데이브도 “사업을 했고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라 험한 일도 감내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21일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가 열린 뉴햄프셔주 로체스터 시내 오페라하우스 인근 길가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전광판을 설치한 차량이 주차돼 있다. 로체스터(미국 뉴햄프셔주)=권경성 특파원

유세 직전에는 경선 판도를 흔들 만한 큰 발표가 나왔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경선 레이스에서 하차한 것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오늘 선거운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화당 경선에 참여하는 유권자 다수가 트럼프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싶어한다는 게 명확해졌고, 확실히 승리할 수 있는 길이 없다”고 중도 하차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경선 참여 당시 ‘승자를 지지하겠다’고 했던 발언을 환기시키며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트럼프가 현직(대통령)인 조 바이든보다 우수하다”고도 강조했다.

경쟁자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간 끝에 비로소 ‘양자 구도’로 재편됐지만, 균형이 맞는 건 아니다. 낙마자 대부분이 트럼프 전 대통령 쪽에 흡수되며 전세가 더 기울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로체스터 유세에서 “비벡(라마스와미)이 우리와 함께 왔고, 론(디샌티스)도 방금 우리와 함께 왔다”며 “모두가 우리와 함께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대선 주자였던 팀 스콧 연방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과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도 트럼프 전 대통령 편에 섰다. ‘반(反)트럼프’ 세력 구심점이 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지지하는 경선 참여자는 애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정도다. 첫 경선 직전 물러난 반트럼프 선봉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아무도 지지하지 않고 있다.


더 벌어진 트럼프-헤일리 지지율 격차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21일 미국 뉴햄프셔주 엑서터 유세 도중 손가락으로 숫자 2 표시를 하고 있다. 이날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포기를 선언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의 양자 대결 구도로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구도가 재편됐다. 엑서터(미국 뉴햄프셔주)=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사정은 실제 수치로도 드러났다. 미국 CNN방송과 뉴햄프셔대가 이날 공개한 뉴햄프셔 유권자 대상 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50%를 기록, 39%에 그친 헤일리 전 대사를 11%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이달 초 같은 기관 여론조사에서 7%포인트(트럼프 39% 대 헤일리 32%)까지 줄었던 격차가 다시 벌어진 것이다. 사퇴 주자들의 지지율을 가져오며 두 후보 모두 수치가 올랐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 상승폭이 더 컸다.

헤일리 전 대사는 벼랑 끝에 섰다. 그의 역전 구상은 뉴햄프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물리치고, 그 여세를 내달 24일 자신이 2011~2017년 주지사를 지낸 정치적 고향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치러지는 경선까지 몰아가 이후 레이스를 대등하게 끌고 간다는 것이었다. 60%가 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국 지지율을 감안할 때, 헤일리 전 대사로선 중도층이 두터운 뉴햄프셔가 그나마 선전을 기대할 만한 경선지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디샌티스 지지자의 약 3분의 2가 트럼프 쪽으로 이동할 듯하다”며 “유권자가 자신에게 유난히 호의적인 주에서마저 헤일리가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면 다른 주 결과는 보나마나”라고 짚었다.

안간힘을 쓰고는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뉴햄프셔 시브룩 유세 도중 디샌티스 주지사 사퇴 소식을 접하고는 “이제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만 남았다”고 말했다. 의식적으로 불균형을 무시한 채, 대결 구도 형태만 부각한 것이다. 또 “최고의 여성이 승리하기를”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구세대에다 분열을 조장하는 인물’로 그리는 게 그의 전략이다. 이날도 그런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나누는 나라로 돌아가고 싶은가, 아니면 미국인으로 함께하고 싶은가.”

로체스터(미국 뉴햄프셔주)=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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