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에서 기록 세운 '유사 포켓몬' 게임...그 위에는 '배그'뿐

인현우 2024. 1. 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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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규모 게임 개발사가 만든 '포켓몬스터' 닮은꼴 게임이 국내외에서 입소문을 타고 대박을 터뜨렸다.

스팀의 한 리뷰어는 "포켓몬스터는 2년마다 엇비슷한 롤플레잉 게임을 발매하는 것 외에 변화를 감수할 동기가 없었는데 포켓몬의 개발진이 지금 이 게임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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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드' 동시접속자 130만 명 육박
'포켓몬' 디자인에 '마크' 게임성 넣어 관심 폭발
포켓페어 제공

일본의 소규모 게임 개발사가 만든 '포켓몬스터' 닮은꼴 게임이 국내외에서 입소문을 타고 대박을 터뜨렸다. 세계 최대 유통망 '스팀'에서 유료 판매 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동시 접속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2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 개발사 '포켓페어'는 19일 얼리 액세스(정식 출시 전 미리 해보기)로 출시한 게임 '팔월드(Palworld)'가 출시 사흘 만에 전체 판매량 400만 장을 돌파했다고 자축했다.

같은 날 스팀의 데이터를 집계하는 '스팀DB'에 따르면 팔월드의 순간 동시 접속자 수가 129만 명을 기록해 '사이버펑크 2077' '엘든 링' '발더스 게이트 3' 등 이른바 '명작'의 반열에 든 게임의 수치를 뛰어넘었다. 스팀에서 유료 판매 게임으로서 이보다 높은 동시 접속자를 기록한 게임은 한국의 크래프톤이 내놓은 '배틀그라운드(PUBG)'뿐이다. 배틀그라운드는 현재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게 전환된 상태지만, 역대 1위 기록인 325만 명을 찍을 때는 유료 게임이었다.

팔월드는 스팀 외에도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를 통해 접근이 가능하다. 포켓페어에 따르면 개발진은 게이머가 너무 많이 밀려든 나머지 팔월드 접속에 어려움이 발생해 에픽게임스의 긴급 기술지원을 받는 등 대응에 나섰다.


'포켓몬'과 비슷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포켓페어 제공

팔월드는 일본 닌텐도의 주요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포켓몬스터처럼 귀여운 외형의 몬스터 '팔(Pal)'을 '몬스터 볼'과 유사한 기기로 붙잡은 뒤 길들여 함께 전투하는 것을 게임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일부에선 등장 몬스터의 외형이 포켓몬스터에 이미 등장한 몬스터와 너무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표절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재료를 모아 집을 짓고 물건을 제작하는 공장을 만들거나 세계를 탐험하는 등 '마인크래프트'와 비슷하게 게이머의 자유도를 폭넓게 보장하는 오픈월드 생존 게임 요소도 조합했다. 실제 게임 내용을 보면 붙잡은 팔을 주거지에 풀어놓으면 건물을 짓거나 농작물을 기르거나 공장을 운영하는 등의 작업을 돕는다. 팔들은 때로 총과 같은 무기를 장비해 전투에 조력하기도 한다.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선 공룡 등을 길들이며 미개척지를 개발해 나가는 '아크' 시리즈와 유사하다는 평가다.

디자인 면에서 포켓몬스터와의 짙은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의 반응은 호평이 더 많다. 오히려 기존 게임들의 여러 요소를 잘 조합해, 포켓몬스터 시리즈에서 충족하지 못한 재미의 빈 공간을 채웠다는 것이다. 스팀의 한 리뷰어는 "포켓몬스터는 2년마다 엇비슷한 롤플레잉 게임을 발매하는 것 외에 변화를 감수할 동기가 없었는데 포켓몬의 개발진이 지금 이 게임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독창성보다 유행... 더 많은 게이머가 했으면"

포켓페어 로고

포켓페어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미조베 다쿠로는 역설적으로 포켓몬스터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닌텐도의 게임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 '닌텐도 게임 세미나' 출신이다. 증권업계에 들어갔다가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 '코인체크'를 개발한 후 포켓페어를 설립해 게임업계에 돌아왔다. 포켓페어는 팔월드에 앞서 지난 2020년 오픈월드 롤플레잉 게임인 '크래프토피아'를 내놓아 2022년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한 경험이 있다.

미조베 CEO는 2022년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을 만드는 데 독창성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면서 "내 작품을 최대한 많은 사람이 즐겨줬으면 하고 이를 위해 세상에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모아 유행을 따라가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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