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당은 당의 일, 정은 정의 일”…차기 권력 ‘마이웨이’ 걷나
“운동권 청산”…대야 투쟁 선봉 선 ‘위원장’ 존재감 부각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에 위원장직 사수 의지를 드러내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그는 “당은 당의 일 하는 것이고, 정(정부·대통령실)은 정의 일을 하는 게 국민을 위한 정치”라며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에 선을 그었다. 한 위원장은 다만 김건희 여사 사과 요구 여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 확산을 최소화하면서 사태를 수습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위원장은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이 대통령실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자 “선민후사하겠다”며 “우리 당의 변화된 모습을 국민들께 잘 설명드려서 민주당의 이상한 정치와 발목잡기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이 나라의 미래가 위협받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관계가 깨졌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당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은 정의 일을 하는 게 국민을 위한 정치 형태”라며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걸로 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는 “이번 총선의 큰 시대정신 중 하나가 소위 말하는 운동권 특권 세력의 청산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분들 중 상당수는 종북 성향으로 운동하셨던 분들”이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은 가짜뉴스를 ‘핑퐁’(탁구) 치듯 자기들끼리 주고받으며 키우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가는 정치 형태를 계속한다”면서 과거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을 거론했다.
한 위원장의 발언은 대야 투쟁 선봉에 선 여당 비대위원장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주지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철규 의원과는 이날 인재영입식 후 면담을 한 뒤 “이 위원장은 제 스태프”라며 자신이 비대위원장임을 강조했다.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18일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이 입장 변화가 있느냐고 묻자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 없다”고 답했다. 인재영입식 후 기자들이 ‘김 여사 관련 발언이 사퇴 요구 원인인가’라고 묻자 침묵했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 사과를 요구하던 김경율 비대위원은 회의에서 지난 18일 당내 대구·경북(TK) 의원들을 겨냥해 “본인의 선수가 늘어나기만을 바라는 분들”이라고 한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는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며 “바짝 엎드려서 사과해야 한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그는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해서는 “계속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친윤계 의원들의 반발 등을 고려할 때 한 위원장의 향후도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되는 지점은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타협을 택할지, 차별화에 나설지다. 정치적 파장을 줄이며 절충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을 장악한 후 확고한 미래권력으로 발돋움하려 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게 (국민)여론”이라며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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