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당은 당의 일, 정은 정의 일”…차기 권력 ‘마이웨이’ 걷나

문광호 기자 2024. 1. 2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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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당무개입에 선 그어…김 여사 사과 요구엔 ‘침묵’
“운동권 청산”…대야 투쟁 선봉 선 ‘위원장’ 존재감 부각
논란의 김경율…함께 갈 수 있을까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윤재옥 원내대표, 한동훈 비대위원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에 위원장직 사수 의지를 드러내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그는 “당은 당의 일 하는 것이고, 정(정부·대통령실)은 정의 일을 하는 게 국민을 위한 정치”라며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에 선을 그었다. 한 위원장은 다만 김건희 여사 사과 요구 여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 확산을 최소화하면서 사태를 수습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위원장은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이 대통령실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자 “선민후사하겠다”며 “우리 당의 변화된 모습을 국민들께 잘 설명드려서 민주당의 이상한 정치와 발목잡기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이 나라의 미래가 위협받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관계가 깨졌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당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은 정의 일을 하는 게 국민을 위한 정치 형태”라며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걸로 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는 “이번 총선의 큰 시대정신 중 하나가 소위 말하는 운동권 특권 세력의 청산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분들 중 상당수는 종북 성향으로 운동하셨던 분들”이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은 가짜뉴스를 ‘핑퐁’(탁구) 치듯 자기들끼리 주고받으며 키우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가는 정치 형태를 계속한다”면서 과거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을 거론했다.

한 위원장의 발언은 대야 투쟁 선봉에 선 여당 비대위원장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주지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철규 의원과는 이날 인재영입식 후 면담을 한 뒤 “이 위원장은 제 스태프”라며 자신이 비대위원장임을 강조했다.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18일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이 입장 변화가 있느냐고 묻자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 없다”고 답했다. 인재영입식 후 기자들이 ‘김 여사 관련 발언이 사퇴 요구 원인인가’라고 묻자 침묵했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 사과를 요구하던 김경율 비대위원은 회의에서 지난 18일 당내 대구·경북(TK) 의원들을 겨냥해 “본인의 선수가 늘어나기만을 바라는 분들”이라고 한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는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며 “바짝 엎드려서 사과해야 한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그는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해서는 “계속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친윤계 의원들의 반발 등을 고려할 때 한 위원장의 향후도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되는 지점은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타협을 택할지, 차별화에 나설지다. 정치적 파장을 줄이며 절충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을 장악한 후 확고한 미래권력으로 발돋움하려 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게 (국민)여론”이라며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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