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K] “나이는 숫자일 뿐”…68세 고교 졸업생의 새로운 도전
[KBS 전주] [앵커]
전북에 사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열린K' 시간입니다
요즘 여기 저기서 졸업 소식이 들려오는데요,
오는 31일에는 특별한 졸업식이 열립니다.
평균 나이 66세 35명의 중,고등학생들이 졸업을 하는데요,
전북특별자치도립 여성중고등학교 이야깁니다.
올해 이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 한 분 모시고 늦깎이 배움의 즐거움, 들어봅니다.
어서오십시오.
졸업을 앞둔 요즘 설레실 거 같은데요,
겨울방학을 마치고 오늘 개학했다고 들었는데, 교실에서 졸업식 얘기가 한창이었겠어요?
[답변]
그렇죠.
아무래도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가족들과 선생님, 전 학생들이 모여서 하는 졸업식이라 기대가 많습니다.
1월 31일 우리학교 강당에서 9시30분부터 열리는데요,
중학교 15명, 고등학교 20명이 졸업을 합니다.
저는 중학교 졸업식때 한창 펜데믹 상황이어서 전체가 모여서 하는 졸업식을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많이 아쉬웠는데요,
이번에 다들 모여서 할 수 있다니 다들 신나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6년동안 공부한 내 자신이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러운데요,
또 한편으로는 학창시절의 추억을 쌓게해준 학우들을, 또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큽니다.
[앵커]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6년동안 학교를 다니셨는데, 예순이 넘어서 공부를 시작하신 거잖아요?
공부를 해야겠다 마음먹은 계기가 있습니까?
[답변]
저희집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었는데요,
제가 7남매 중 둘째였어요.
첫째는 오빠였고요.
당연히 오빠공부를 위해서 제가 공부하는 것을 포기해야했죠.
그렇게 공부를 포기하고 일을 하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키우는데, 순간 순간 배움에 대한 열망이 나오더라구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우지 못해 움츠러들고 소외당하는 것 같은 느낌은 배우지 못한 사람만이 알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만 잘 키워 결혼시키고 나면 꼭 배워야지 라는 마음을 품고 살았습니다.
남편이 퇴직하고 우연히 전주에 자리를 잡게 됐는데요,
전주로 이사와 얼마 지나지 않아 송천동을 지나는데 특별자치도립여중고등학교가 있는것을 알게 됐어요.
그렇게 제 오랜 꿈이 실현되게 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늦게 공부를 시작한다는 게 만만치 않은 거 같은데요,
힘들 때도 있었겠지만 보람되고 행복할 때도 있었을텐데, 언제였을까요?
[답변]
나이가 들수록 눈이 보이지 않고, 자꾸 잊어버리는 게 힘들었던 기억이고요.
힘들었던 것 보다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습니다.
무엇보다 행복한 건 "안다."라고 느끼는 순간입니다.
전에는 영어 간판만이라도 읽을 수 있기는 하고 바랐었는데, 이제는 영어 단어도 알고 서툴지만 문장도 쓰고 말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의 컴자도 모르던 저희들 대부분이 이제는 컴퓨터 자격증도 1~3개 정도는 땄고, 한문도 5급에서 1급까지 따는 저희들이 참 행복하고 대견합니다.
[앵커]
학교에서 특별활동을 통해 본인도 모르던 재능을 발견하셨다면서요?
[답변]
저희 학교는 다양한 특별활동도 많이 있습니다.
백일장과 사생대회가 있는데 이때 자기가 몰랐던 자기 재능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합니다.
저는 이 특별활동을 통해서 제가 글도 좀 쓰고, 그림도 그리는구나 하는것을 발견했는데요,
백일장대회, 사생대회에 나가서 대상, 금상, 장려상까지 받았죠.
또한 학생들 자신이 얼마나 자신감이 넘치는지도 발견할 수 있는데요,
학습 발표회 할 때는 반별 장기자랑으로 신나게 자신의 기량을 떨칩니다.
또 봄소풍도 가고 바자회도 여는데, 특히 바자회 때는 학생들이 모은 입지 않은 옷과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을 싸게 팔고, 그 판매금 전액을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과 양로원에 보내는 보람된 일도 하고 있습니다.
중2, 고2는 2박3일로 수학여행을 가고, 중3, 고3은 2박3일로 제주도 졸업여행을 가는데 이런 행사들을 통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절실히 느낍니다.
[앵커]
이제. 3월에는 대학 새내기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신다고요?
사회복지경영학과에 진학한 이유가 있는지요?
[답변]
전주 비전대 사회복지 경영학과에서 노인심리상담학을 배울 건데요,
지금은 백세시대라고 하잖아요.
제게도 아직 30년이 넘는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을 아깝지 않게 쓰고 싶습니다.
그래서 노인심리상담학을 공부해, 외롭고 고독하고 소외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함께 공감함으로써, 때로는 동생으로 때로는 친구처럼, 언니처럼 절 만나는 분들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김영심 씨처럼 공부를 하고 싶은데, 주저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답변]
예전에 저는 나의 배우지 못함을 자식에게서 대리만족하며 보상을 받으려는 마음으로 공학박사까지 가르쳐 놨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그 배움의 갈증까지는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북도립여중고를 알게 된 뒤 무작정 학교에 찾아가서 접수를 했고, 학교에 입학하는 그날, '내가 이제 드디어 바라던 학생이 되었구나' 라는 기쁨과 함께 바로 배움의 갈증이 확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부럽지 않고 행복합니다.
배우고 싶다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벼르고 주저하지 마시고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십시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영상편집:최승리/글·구성:진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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