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寒 지나도 체감 영하 20도...미친 추위, 날씨 패턴 무너졌다

박상현 기자 2024. 1. 2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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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한파가 찾아온 22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 앞에서 노인들이 방한복을 입은 채 줄지어 서 있다. 이날 기상청은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내려가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을 것으로 밝혔다./박성원 기자

23일 북극 한파(寒波)가 한반도를 덮치며 올 들어 가장 춥겠다고 기상청이 22일 밝혔다. 서울 출근길 체감 기온이 영하 20.3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이 종일 영하권 추위에 떨겠다. 동장군의 기세는 이번 주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영하 40도의 북극발(發) 얼음 공기가 한반도로 직진하는 ‘고속도로’가 만들어지며 23일 한파가 절정에 달하겠다. 수도권 전역과 강원·충북·경북권엔 한파 특보가 내려졌다. 23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8도에서 영하 4도, 낮 최고기온은 영하 9도에서 영상 1도로 예보됐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체감 기온은 이보다 5도가량 낮겠다.

북극한파가 지나간 후에도 계속 춥겠다. 24일 중국 북부에서 찬 대륙고기압이 세력을 넓히며 한랭건조한 바람이 한반도로 강하게 밀려오겠다. 찬 공기는 22일부터 따뜻한 서해상으로 들어오면서 눈구름대를 만들고 있다. 24일까지 충청·호남권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23~24일 예상 적설량은 강원도 1~5㎝, 충청권 1~10㎝, 호남권 1~15㎝, 영남권 1㎝, 제주도 10~60㎝다. 제주도엔 25일까지 눈이 예상된다. 한반도는 절기상 추위의 정점인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을 지났지만 느닷없는 극한 추위가 찾아왔다. 이는 기후변화로 기압계 혼동이 잦아지면서 기존의 날씨 패턴이 무너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극 주변에 묶여 있어야 할 얼음 바람이 한반도까지 내려오는 것은 기후변화로 ‘제트기류’의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제트기류는 북위 30~35도 상공에서 부는 강한 서풍인데, 일종의 ‘바람 띠’를 만들며 북극 바람이 남쪽으로 내려오지 않도록 방패 역할을 한다. 그런데 온난화 여파로 공기가 뜨거워지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졌다. ‘바람 띠’가 느슨해지자 기압계 구조가 헝클어지며 고위도 찬 바람이 저위도로 내려오는 바람길이 만들어진 것이다. 방패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우리나라는 1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동지(冬至)에서 3주 정도 지난 소한(小寒)이 가장 춥다. 소한에서 보름쯤 지난 대한(大寒)을 넘기면서 추위가 서서히 풀린다. 계절상 겨울(12월~이듬해 2월) 중 1월이 평균기온을 따지면 가장 춥지만, 추위의 절정은 동지를 지난 뒤 한 달 정도까지다. 그런데 대한이던 지난 20일 우리나라는 낮 최고기온이 12도까지 올라가며 포근했다. 가장 추울 때는 지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았다. 그러나 전례 없이 북극한파가 한반도로 곧장 내려오는 바람에 다시 한파가 찾아온 것이다.

이런 이상기온 현상이 벌어지는 건 우리나라뿐 아니다. 최근 미국 전역을 휩쓴 혹한도 고위도를 탈출한 북극한파가 원인이었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북극과 캐나다에서 내려온 한랭전선의 영향으로 미네소타주 북동부 지역의 기온이 영하 35.6도까지 떨어지는 등 미국 전역에 기록적인 최저기온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23일 낮부터 기압계 변화로 북극한파가 내려오는 바람길이 막힐 전망이다. 그러나 제트기류 이상으로 북극한파는 다시 내려올 수 있기 때문에 ‘이상 한파’가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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