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중립, 전기차 전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탄소배출량의 13.5%를 차지하는 수송부문의 배출량을 2030년까지 37.8% 감축하기로 했다. 수송부문 배출량의 97%는 도로교통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배출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한데, 내연 자동차를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2030년까지 전기차·수소차 450만대를 보급하고, 자동차 주행거리를 4.5% 감축하며, 2050년 승용차 교통량을 15% 감축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전기차·수소차는 2023년 58만대로 기준연도 2018년에 비해 52만대 늘었으나 내연 자동차는 223만대나 증가했다. 승용차 분담률은 상승해 70%를 넘었고 대중교통 분담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이 부족한 비도시 지역에서 자동차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북은 인구가 6만명 줄었지만, 승용차는 6만대 이상 급증했다. 친환경차 전환 위주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를 사용하더라도 전기차는 내연 자동차보다 2배 정도의 연료 효율성이 있으며, 그만큼 탄소발생량이 적다고 한다. 그러나 화력발전 비용, 전력 손실, 송전·충전 비용, 배터리 제작에 사용되는 화석연료 등을 고려하면 전기차의 감축효과가 과장됐으며 자동차 생산에서 폐기까지 전주기 평가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전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의 월평균 주행거리는 1984㎞로 내연 승용차보다 900㎞나 길다. 교통안전공단의 2022년 통계에서도 전기차·수소차의 주행거리가 휘발유차보다 29%, 경유차보다 6% 긴 것으로 나타났다. 성능이 개선된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늘어난 만큼 혼잡을 더 유발하고 대중교통 수요도 잠식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전기차 중심의 탄소 감축정책을 대중교통과 무동력교통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먼저, 전기차 이용에 비례하는 부담을 질 수 있도록 주행거리 기반의 자동차세제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내연차의 생산과 등록 중단 시기를 앞당기고, 기존 내연차를 위한 친환경 연료 개발도 중요하다. 공공기관의 무료 주차장은 유료로 전환하고 도심 혼잡통행료 부과도 필요하다.
또한 친환경 수단인 버스, 지하철, 철도 등 대중교통 이용을 획기적으로 늘리도록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한다. 이용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대중교통비용의 20~53%를 이용자에게 돌려주는 K패스가 오는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기대가 크다. 하지만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에선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수요응답형 서비스 등 대중교통의 지속적 확충이 중요하다.
자전거, 보행 등 무동력교통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 도시 내 자전거길을 확충하고, 걷기 좋은 길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 전동킥보드와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도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 대중교통과 편리하게 연계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총체적으로 추진돼야 수송부문의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
예충열 한국교통연구원 명예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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