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확대 코앞… 中企 “사고 나면 문 닫을 판” 아우성

이지민 2024. 1. 2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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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人 미만 사업장 27일 시행
중소기업 94% “아직 준비 못해”
“사장이 곧 현장 책임자인데” 한숨
양대노총 “이미 3년 유예… 즉각 시행
2500만 노동자 생명·안전 등한시”
25일 본회의… 여야 입장 차 팽팽
경제 6단체, 오늘 유예 촉구 회견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력해지면서 중소기업계가 아우성치고 있다. 안전사고가 한번 발생하면 전문경영인이 없는 중소기업은 그날로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박평재 한국표면처리협동조합 이사장은 22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중소기업은 대표가 현장 일도 하고 경영도 다 하는데, 사업주가 처벌받으면 공장 문 닫아야 한다”고 밝혔다. 만에 하나 안전사고가 일어나 대표가 구속되면 대표 자리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조합에 가입한 업체 중 70%는 사장이 곧 현장 책임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다들 아우성”이라고 부연했다. 뿌리산업에 속하는 표면처리 업체는 전국에 2000여개가 넘고, 조합에는 400개 업체가 가입돼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안이 국회 여야 협상 중단으로 무산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2일 경기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현장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에도 확대 적용된다. 연합뉴스
2022년 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미만(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해 2년 유예기간을 뒀다. 법에 따르면 중대재해 발생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50인 미만 1053개 기업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4%는 중대재해처벌법 준비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가 50인 미만 89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도 비슷한 결과였다.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80.0%는 ‘법 시행에 준비하지 못했다’고 응답했으며, ‘중처법 시행에 상당 부분 준비가 됐다’는 응답은 18.8%에 그쳤다. 경총과 중기중앙회를 포함한 경제 6단체는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법 적용 유예를 촉구할 예정이다.

양대 노총은 법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50인 미만 적용 유예 연장 반대’를 주장했다. 이들은 “2500만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등지고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주장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과연 어느 나라 대통령과 공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 법은 이미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쳤다”며 “법 지킬 준비가 부족해서 적용을 미룬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25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를 골자로 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야당이 유예 논의 전제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등 추진을 명시한 가운데 여당은 이런 야당의 태도가 사실상 유예 논의 거부를 위한 ‘명분 쌓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면서 협상이 사실상 멈춰 섰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치를 위한 구체적 계획부터 내놓는다면 유예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이행과 산업현장 안전관리·감독을 책임지는 기구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 적용 유예 논의를 위한 전제로 △정부 공식 사과 △산업현장 안전 제고 대책 마련 △경제단체의 2년 후 모든 기업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약속 등 3개 조건을 내걸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뉴시스
반면 국민의힘은 이 조건 충족을 위한 조치를 했지만 민주당이 계속 추가로 조건을 달면서 사실상 협상에 거부하고 있단 입장이다. 당정은 지난해 12월 50인 미만 사업장 대상으로 한 1조5000억원 규모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바 있다.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산업재해 예방 조건을 또다시 추가로 덧붙이며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며 “제발 좀 귀를 기울여주고 법안 통과에 협조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했다.

이지민·김승환·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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