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중국, 사상 첫 '0골 탈락' 치욕 임박…1위 확정 카타르와 운명의 최종전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중국 축구는 기사회생 할 수 있을까.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이 이끄는 중국은 오는 23일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네셔널 스타디움에서 카타르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을 펼친다.
중국은 앞서 타지키스탄과 레바논을 상대로 모두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무득점 부진 속에 조 2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은 최종전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조 1위 통과가 확정된 카타르에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라 자칫 패하면 레바논-타지키스탄의 결과에 따라 순위가 내려갈 수도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얀코비치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조 3위는 생각하지 않겠다. 카타르를 이기고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팀 전체적으로 동기부여가 되어 있다. 모든 걸 쏟아부어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할 준비가 됐다"며 "2연승을 기록한 카타르는 강한 팀이다. 좋은 폼을 가진 팀이지만 우리도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는 걸 알고 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조 1위를 확정한 카타르는 로테이션을 예고했다. 중국전을 패해도 1위로 16강에 오르는 만큼 토너먼트를 대비해 무리하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카타르 2군을 상대하는 면에 부담이 한결 줄었다.
그러나 얀코비치 감독은 "우리 운명은 우리 손에 달려있다. 카타르가 라인업을 어떻게 구성하든 우리는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며 "다른 상대, 다른 조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카타르전을 이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16강에 오르려면 골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2경기에서 24개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골을 넣지 못했다. 나름대로 유럽을 경험한 우레이(상하이 하이강)를 비롯해 장위닝(베이징 궈안), 탄룽(창춘 야타이) 등 해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공격진에 있어 지금의 무득점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레바논전에서는 에이스라던 우레이가 빈 골대 상황에서도 득점에 실패했다. 크게 실망한 중국 여론은 "레바논전에서 좋았던 공격 기회는 두 차례에 불과했다. 장린펑(상하이 하이강)의 크로스에 이은 우레이의 헤더가 나왔던 전반 마지막 장면과 우레이가 제대로 슈팅하지 못한 후반 장면 뿐"이라고 실망했다.
그래서 중국이 기대하는 자원은 우레이보다는 부상에서 돌아오는 웨이시하오(우한 싼전)다. 웨이시하오도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보아비스타에 진출해 뛴 경험이 있는 공격수다. 웨이시하오가 팀 훈련에 합류하면서 중국은 카타르 입성 이후 처음으로 26인 전원이 카타르전 대비에 나섰다.
웨이시하오의 장점은 스피드에 있다. 측면과 중앙 공격 모두 가능해 우레이를 도와줄 카드로 보인다. 웨이시하오와 우레이는 중국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지난해 11월 대한민국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위해 중국 원정에 나섰을 때 웨이시하오와 격돌한 바 있다. 카타르의 비주전 수비진을 괴롭히기 충분하다.
물론 웨이시하오가 카타르전에 바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중국 최대 포털 '소후'는 웨이시하오의 출전 가능성을 내다보며 "부상으로 두 경기를 결장하던 웨이시하오가 명단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가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전망했다.
웨이시하오가 선발보다 조커에 무게를 둔다면 중국은 우레이에게 결국 기대야 한다. 우레이는 역대 중국 A매치 최다 득점자다. 가장 믿을 만한 공격수다. 레바논전 부진으로 팬들의 반응은 차갑다. 특히 경기 직후 "우레이가 빈 골대에 골을 넣길 거부했다. 중국 축구 팬들은 우레이의 경기력에 '이건 범죄다. 완전히 절망적'이라고 탄식했다"라고 보도했다.
소후는 "레바논전에서 선발로 뛰었지만 또 득점에 실패했다. 중국 역대 최다 득점자인 우레이는 현재까지 아시안컵 8경기에 출전해 2골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우레이는 66분 동안 몽유병에 걸린 듯 부진한 경기력이었다. 박스 안에서 자신감이 떨어졌고 기회를 잡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래도 중국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우레이에게 다시 기를 주고 있는 중국이다. 시나스포츠는 "우레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다. 믿고 맡겨야 한다"고 질책 대신 칭찬을 바랐다.
얀코비치 감독의 지도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시나스포츠는 "얀코비치 감독의 중국은 기술과 전술적인 패턴이 없다. 선수단 노쇠화도 심하다. 이번 대회 24개 팀중 평균 연령이 29.7세로 두 번째로 고령"이라고 지적했다.
역대 아시안컵 최악의 결과도 가능하다. 중국은 그동안 13회 본선 진출로 아시안컵 단골이었고, 최고 성적도 1984년 싱가포르 대회와 자국에서 열렸던 2004년 대회에서의 준우승으로 나쁘지 않다. 최근에도 2015년 호주 대회와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 모두 8강까지 순항했다.
그런데 지금은 무득점 탈락 기로에 섰다. 중국은 앞선 12번의 아시안컵에서 단 한 번도 무득점으로 대회를 마친 적이 없다. 성적이 어떻듯 골은 기록했었다. 중국이 생각하기도 싫은 굴욕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카타르전을 앞두고 부담을 내려놓기 위해 휴식을 취하는 데 집중했다. 이와 관련해 한 선수는 '시나스포츠'를 통해 '기분을 바꾸고 긴장을 풀게 하는 휴식은 언제나 좋은 선택이다. 생각해보면 중국은 골을 내준 적도 없고, 패한 적도 없다. 아직 조별리그를 통과할 좋은 위치에 있다. 카타르전에 자신감이 있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에 중국 팬들은 '말문이 막힌다', '그래 아쉽게도 실점하지 않았네', '뻔뻔하다' 등 여전히 여유로운 분위기를 보이는 대표팀에 날선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아시안컵이 열리기 전부터 삐걱거렸다. 새해 벽두부터 아랍에미리트(UAE)에 훈련 캠프를 차리고 총 네 차례 평가전을 펼쳐 2승 2패를 기록했다. 따지고 보면 낙제점에 가깝다. 중국이 이긴 2승의 상대들은 UAE 2부리그와 3부리그의 클럽이었다. 정작 2패를 기록한 건 같은 국가대표 간의 평가전이었다. 상대적으로 약체라 할 수 있는 오만과 홍콩에 2연패를 당했다.
전력 노출을 우려해 비공개로 진행된 두 차례 평가전에서 중국이 연패를 기록하자 중국 팬들의 실망이 컸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8강 진출을 목표로 하는 중국이 오만에 패한 것을 두고 "볼 수 없게 비공개로 진행해서 다행이다"라고 자조섞인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언론들은 패배에 크게 충격받지 않았다. 오히려 아시안컵을 대비한 준비 과정에 계획된 패배처럼 이해하고 있다. 본 무대를 앞두고 체력 훈련이 한창인 것을 감안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홍콩에도 패하니 위기감이 드리워졌다. 중국이 홍콩에 패한 건 1985년 이후 39년 만이다. 늘 홍콩은 아래로 내려다봤던 중국인데 이번 평가전에서는 선제골을 넣고도 역전패를 당해 아시안컵에서 창피를 당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팽배해졌다. 걱정대로 성적이 나오자 대표팀에 상당한 실망을 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타르전까지 득점없이 고배를 마시면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던 아시안컵 조별리그 무득점 탈락의 굴욕을 맛보게 된다. 중국 축구사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카타르전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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