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활동가들도 바다처럼 다양해야 한다
[편집자주] '사실 앞에 겸손한 정통 민영 뉴스통신' 뉴스1이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 포인트 2024'가 발간됐다. '터닝 포인트'는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전환점'을 짚어 독자 스스로 미래를 판단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침서다.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터닝포인트: 유엔은 2023년 6월 공해 조약을 채택해 국경을 넘어서 있는 전 세계 해양의 2/3를 보존하고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했다.
해양 보존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이 보존 활동의 부분이 될 때만 성공할 수 있다.
나는 남아시아에서 해양 보호 활동가로 살고 있는 유색인종 여성이다. 또한 열대 지방의 저소득 및 중산층 국가에 거주하는 15억 9000만 명의 해양 의존 인구인 열대 지역에 사는 다수에 속한다.
나는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해양과 그 주민들에 관한 선구적인 연구를 수행하며 지역 및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 때문에 능력을 인정받고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오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불필요한 도전을 받아왔다.
내가 누렸던 기회와 지금도 누리고 있는 기회는 북쪽 지역 출신 동료들에 비하면 부족하면서도 내가 직면하고 있고 앞으로도 직면할 편견은 몇 배나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지구 남쪽 지역에서 온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해양 보존에 참여할 지식, 노하우, 관심이 부족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러한 가정으로 인해 역사적으로 나와 같은 사람들이 해양의 미래 궤도를 바꾸기 위한 노력에 참여하는 것을 배제돼 왔다. 하지만 우리의 배경과 지역에 대한 헌신 때문에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난해 전 세계는 해상과 육지에서 모두 기록상 가장 더운 여름을 견뎌 냈다. 7월 중순 일 평균 해수면 온도가 섭씨 20.96도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플로리다 연안에서는 섭씨 38도라는 전례 없는 기온이 기록을 세우며 평년 최고 기온보다 2도 이상 높은 수온을 나타냈다. 많은 지역에서 해양 폭염이 발생했다. 산불의 엄청나게 강렬한 열기가 수중에서 발생한다고 상상해보자.
우리는 바다와의 관계라는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바다에 대해 많이 알고 있으며, 큰 변화가 없다면 바다와 우리의 미래가 암울해 보인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오늘날 지구에서 우리 인간은 너무 늦기 전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우리를 방해하는 것은 무엇일까? 해양 보존에 대한 형평성과 포용성이 뚜렷하게 부족하다.
나의 경력은 내가 살던 섬 주변의 푸른 고래 개체군이 따뜻한 열대 지방에서 평생을 산다는 사실을 알면서 시작됐다. 푸른 고래 개체군의 행동은 매년 수온이 차가운 먹이 서식지와 따뜻한 수온의 번식 및 출산 장소 사이를 이동하는 다른 참돌고래 개체군과는 달랐다.
내가 이 고래를 연구하는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을 때, 지구 북쪽 지역 전문가들이 연구를 위해 팀을 데려 오려고 했다. 그들의 결정은 지구 남쪽지역의 현지인임에도 내가 사는 지역에서 연구를 할 수 없다는 가정에 근거한 것이었다.
20년이 지난 현재 나의 연구를 통해 열대 생태계가 지구를 돌아다니는 가장 큰 동물인 돌고래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바뀌었다. 또한 독특한 개체군에게 가장 큰 위협인 선박 충돌을 밝혀낼 수 있었다.
해양 보호는 높은 참여 비용, 전문 인프라의 필요성, 전 세계의 낙후된 기술 역량으로 인해 오랫동안 배타적인 영역이었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기회를 창출하기보다는 기회를 잡기 위해 수십 년 동안 낙하산 과학이 구축되어 왔기 때문이다. 외부 연구자들이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에 내려와 연구를 수행한 후 현지 인력이나 인프라에 대한 투자 없이 떠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현지인과 원주민의 존재나 이들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고 이용하는 불평등한 협력이 이루어진다. 현지 팀의 역량에 대한 잘못된 가정이 지속되고 종종 현지 보존 노력을 방해한다. 연구 프로젝트는 외부인의 신념, 동기,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추진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외부인과 현지인 사이에 불리한 권력 역학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물론 과거 지구 남쪽 지역에서는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불평등하고 배타적인 과학자팀들이 탐사, 과학, 보존을 확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들의 행동이 진보를 가로막는 병목 현상과 소수가 전체를 구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낳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다가 우리의 존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해양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바다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바다의 식물은 우리가 숨을 쉴 때마다 산소를 생산하며,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산소의 절반이 바다에서 나온다. 바다는 주로 인간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과도한 열을 흡수하여 보온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탄소 흡수원인 바다는 기후 변화로 인한 최악의 영향으로부터 우리를 완충해준다. 건강한 바다는 30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이 동물성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으로 자연산 및 양식 해산물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바다는 공급망에서 중요한 연결 고리이며, 우리가 소유한 거의 모든 것이 바다를 통해 전 세계로 운송된다. 이는 직접적인 혜택에 불과하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긍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분명하게 모든 사람이 해양에 참여하고, 탐험하고, 일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지역 주도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자금 지원자를 찾고, 지역 및 원주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권한을 부여하며, 그들이 살고 있는 바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나와 같은 연구자들은 가장 복잡한 상황에서도 신뢰를 얻고 빠르게 작업할 수 있다. 지역적 우선순위를 다루는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그것이 항상 글로벌 과제를 반영하거나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함으로써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맞춤화할 수 있다.
전 세계에 걸쳐 공평한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현지의 기술 역량과 기술이 향상됐으며, 이는 현지의 지혜, 우선순위 및 상황과 결합될 때만 유용하다. 실제 생활이든지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대신하든지 무관하게 바다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기쁨과 경이로움을 불러 일으키는 방식으로 바다를 이용할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지구 남쪽 지역의 많은 사람이 바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었다. 해양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높이기 위해 해양 문해력에 투자함으로써 우리 지역사회는 바다를 두려워하는 사회에서 바다를 호기심 많은 사회로 전환될 수 있었다.
지도에서 보이는 선과는 달리 바다는 하나의 커다란 물웅덩이이다. 바다는 우리의 공동 유산이다. 포용성과 공평성을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의 기술적 노하우와 혁신 능력만으로는 이 중요한 자원을 보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 해안선의 대부분은 지구 남쪽 지역에 있고 이 지역에서 재능은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지만 기회는 그렇지 않다. 세계 최대의 생태계를 보호하려면 세계 최대의 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만 바다를 성공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필자:아샤 데 보스. 스리랑카 해양 생물학자이자 해양 교육자다. 인도양 북부 지역 내 흰긴수염고래 연구의 선구자로 흰긴수염고래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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