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월드컵경기장 ‘안전불감증’…서귀포 시장 “심려 끼쳐 죄송”

강탁균 2024. 1. 2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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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KBS는 지난주에 제주 월드컵경기장의 소방시설 고장과 이를 반년 가까이 방치해 온 서귀포시, 서귀포소방서의 안전 불감증 문제를 집중 보도해드렸는데요,

이번 시간엔 이 내용을 취재한 강탁균 기자와 보다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오늘은 월드컵경기장 내용을 알아보기 전에,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오영훈 지사 1심 선고 결과를 잠깐 살펴보고 가죠.

벌금 90만 원, 당선무효형은 아닌데,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오 지사에 대한 검찰의 구형은 징역 1년 6개월이었습니다.

반면 1심 선고 형량은 당선무효형에도 미치지 못하는 벌금 90만 원이 나왔거든요.

지난해 3월부터 16차례 공판을 통해 공소유지에 애써온 검찰 입장에서는 충격일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판결문을 보고 항소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들인 노력과 시간에 비하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썼다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당선무효형은 아니지만 어쨌든 유죄는 인정이 된 건데, 재판부 판단의 핵심은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협약식 형태로 사전선거운동을 한 부분은 유죄로 인정이 되지만, 이 부분이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니, 당선 무효형을 내리는 것은 과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사전선거운동 혐의 외에 협약식 비용을 수수한 정치자금법 위반, 경선 관련 지지선언 등 대부분의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반면 같은 사안으로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은 벌금 3백만 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까지 선고된 만큼, 항소심에서도 유무죄를 두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됩니다.

[앵커]

이번에는 제주월드컵경기장 관련해서 얘기를 나눠보죠.

월드컵경기장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안전과 직결된 소방설비가 고장이 났는데, 이걸 방치한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기자]

네, 저도 처음에는 설마 설마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해보니까, 그런 부분이 사실로 드러났고, 취재를 하면 할수록 서귀포시와 서귀포소방서의 대응이 너무 안일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앵커]

그럼 월드컵경기장에서는 소방시설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한건가요?

[기자]

경기장 지하에 있는 전기실에서 화재가 났을 때, 화재를 감지하자마자 자동으로 소화가스를 뿜어서 불을 초기에 진화하는 장비가 오작동으로 고장이 난 겁니다.

전기화재용 소화약제를 보관하고 있던 특수가스 160통이 모두 방출돼서, 반 년 가까이 텅 빈 상태로 방치되고 있었던 건데요,

이런 상황은 옥내 소화전이나 스프링클러 물 탱크에 물이 하나도 없는 것과 동일한 상태다, 그래서 초기 화재 진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전기실도 문제지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발전기실이 화재 위험에 노출된 것도 문제라고요?

[기자]

네, 저희 취재진과 현장을 함께 점검한 한국소방기술사회에서도 이 부분을 가장 우려했습니다.

발전기실은 전기실에 문제가 생겨서 정전됐을 때, 비상발전기 가동을 통해 경기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일종의 비상전원 역할을 하는 곳인데요,

전기가 끊긴 상황에서도 소방시설 작동은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스프링클러나 대피 유도등, 건물 내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제연장비 등이 바로 이 발전기실과 연결이 돼 있습니다.

따라서 전기실 화재가 확대돼서 발전기실까지 마비되면, 화재 진화나 대피 등에 차질이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죠.

특히 월드컵경기장에는 대형 영화관이 운영 중이지 않습니까?

K리그 축구경기도 열리고 박물관도 들어서 있는 다중이용시설이기 때문에 소방시설이 고장 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전문가 인터뷰 함께 들어보시죠.

[임인수/한국소방기술사회/소방기술사 : "전기실에서 화재가 나게 되면 전원이 차단됩니다. 그러면 차단된 전원 때문에 비상 발전기가 돌아야 되는데 비상 발전기도 전기실의 영향을 받아서 발전기가 안 도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러면 소화시스템인 소방 펌프와 영화관에 있는 제연 설비가 작동 안 돼서 화재 시에 인명이 피난 활동을 할 때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에 인명 안전에 치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인명 안전에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면 소방시설을 빨리 고쳐야 되는 거 아닌가요?

[기자]

네, 당연합니다.

그래서 경기장 운영을 맡는 서귀포시 체육진흥과에서는 전기실 소방설비를 정비하는 비용으로 7억 원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관련 예산을 시 예산부서에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서귀포시 자체 예산 조정과정에서 한 푼도 반영이 안 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앵커]

아니, 시민 안전과 관련된 예산이 이렇게 삭감될 수 있나요?

서귀포시가 케이팝 공연 예산은 20억 원이나 요청했다면서요?

[기자]

네, 저도 그 부분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지난해에는 지방교부세를 포함한 세입이 전국적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제주도나 서귀포시 모두 허리띠를 꽉 졸라 매는 긴축재정이 불가피하긴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예산 투입의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거든요,

결과적으로 보면 안전 예산 7억 원과 콘서트 예산 20억 원 가운데 서귀포시는 행사 예산을 우선순위로 선택했고, 시민들의 안전을 지킬 예산은 뒤로 미룬 셈이 됐습니다.

보도 이후에 추가 취재를 더 해보니까 서귀포시는 지난해 말,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제주도를 찾았을 때, 월드컵경기장 소방시설 정비를 위한 특별교부세 지원을 건의했었다고 합니다.

행안부 반응도 긍정적이어서 예산 확보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이 결국 무산되면서 서귀포시의 스텝이 좀 꼬였고, 이후 KBS 보도가 나가면서 지역사회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게 됐습니다.

[앵커]

결국 이종우 서귀포시장이 공식으로 사과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KBS가 월드컵 경기장의 소방시설 방치 문제를 제기한지 이틀 만에, 이종우 서귀포 시장이 공식 사과했습니다.

이종우 시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이번 일로 시민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서귀포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무엇보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월드컵경기장 소방시설 정비를 위해 긴급하게 예비비 7억 원을 제주도에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예산이 확보되면 빠른 시일 내에 정비하는 한편, 시설 정비가 완료될 때까지 화재 감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화재에 대한 대처방안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앵커]

전형적인 뒷북행정이지만 늦게라도 대책이 나와서 다행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방당국의 대응도 아쉬웠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소방하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이고, 이번에 문제가 된 시설 또한 경기장의 소방설비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하면 관할 서귀포소방서의 대응이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했어야 했는데요,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날짜별로 살펴보면 월드컵경기장에서 소방설비 고장이 난 것은 지난해 8월 3일입니다.

소방당국도 현장에 출동해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귀포소방서는 같은 달 25일, 고장난 소방설비를 조속히 정비하라는 협조공문 한 장만 서귀포시에 보내고 연말까지 계속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27일, 저희 KBS 취재진이 소방을 대상으로 취재를 시작하자 바로 다음날, 그동안 뒷짐만 지고 있던 소방이 경기장 현장을 점검합니다.

그리고 올해죠, 이달 12일에 고장 난 소방시설을 정상작동하도록 조치하라는 조치 명령서를 서귀포시에 보내게 됩니다.

만약 소방에서 지난해 8월부터 곧바로 현장 점검을 하고, 조치 명령을 내렸다면,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월드컵 경기장이 화재 위험에 노출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월드컵경기장에서는 지난해 10월 말, 대규모 케이팝 공연이 개최됐죠.

이태원 참사 이후 대규모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축제나 행사에 관해서는 안전관리가 한층 강화됐다고 알고 있는데, 당시에 경기장 소방시설 고장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건가요?

[기자]

저도 그 부분이 의아해서, 서귀포시와 소방을 상대로 취재를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실제 서귀포시가 주관하는 안전정책실무조정위원회라는 대책 회의가 있었습니다.

경찰과 소방, 전기 등 각 분야별로 행사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대책을 검토하는 자리였는데요,

결과적으로 이 회의는 하나 마나 한 자리가 됐습니다.

한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대규모 인파 밀집에 대한 통제 계획, 그리고 환자 발생에 따른 구조구급 대책 위주로 논의됐을 뿐, 월드컵경기장의 소방시설 고장 문제, 그리고 화재가 났을 때 만 명이 넘는 관중들에게 미칠 영향 등은 회의 석상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평소에는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은 많이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안전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뒤로 밀리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입니다.

아무쪼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사과와 다짐을 가슴속에 다시 한번 새겨야겠습니다.

[앵커]

네, 오늘 소식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강탁균 기자 수고했습니다.

강탁균 기자 (takta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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