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불난 아파트 전층 뛰며…“대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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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지 30년도 넘은 아파트에서 화재가 났는데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나 취재해 보니, 맨발로 1층부터 14층까지 뛰어다니며, 주민을 대피시킨 20대 청년이 있었습니다.
장호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슬리퍼를 신은 채 계단을 내려온 남성.
휴대전화를 든 채 이리저리 살피다 다급하게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문이 열리자, 복도를 가득 메운 연기가 번져오고, 남성은 얼굴을 가린 채 주민들을 대피시킵니다.
지난 18일 오전 6시 반쯤, 서울 강서구의 아파트 14층에서 불이 났습니다.
6층에 사는 23살 우영일 씨는 출근 준비를 하던 중 연기 냄새를 맡고 1층으로 피했습니다.
하지만 곧장 다시 14층으로 올라가 각 층을 돌며 이웃들에게 불난 사실을 알렸습니다.
[우영일 씨]
"소리를 질렀고 13층부터 다 두드리면서 위에서 지금 불났으니까 무조건 대피하셔야 된다고. 80명 이상은 제가 하지 않았을까"
30년 넘은 노후 아파트라 스프링클러가 없는데다 화재 대피 방송마저 작동하지 않는 상황.
[아파트 경비원]
"안내 방송을 그때 당시에 하려고 그랬는데 아마 뭐가 저기해서 그런지 안 됐다고"
임대 아파트로 고령자와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주민이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영일 씨의 빠른 조치 덕에 95명이 대피했고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우영일 씨]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나만 잘 살 생각하지 말고 다 같이 뭉쳐서 살아라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그 말이 딱 떠오르더라고요. 그게 아버지가 바라던 일이 아닐까."
소방당국은 아파트 14층에서 담뱃불로 인해 불이 난 걸로 보고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장호림 입니다.
영상취재: 이락균
영상편집: 이태희
장호림 기자 holic@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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