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윤 대통령 ‘국정 사유화’ 멈추고 김건희 사과·특검 해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며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한 갈등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사퇴 요구가 있었고, 자신은 거부했음을 확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 참석을 갑자기 취소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양측 충돌이 여권 내 권력투쟁이든, 고도의 정치 기획이든 중요한 건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 사퇴를 압박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가족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특검 거부권을 발동해 헌법적 권리를 사유화한 것으로도 모자라 위법적 당무 개입까지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전에도 선거를 앞두고 당과 대통령 간 불협화음은 없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대놓고 당대표 사퇴를 압박하는 일은 드물었다. 양측 충돌을 놓고 여러 설이 난무하지만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윤 대통령의 사당화, ‘국정 사유화’가 점입가경임을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취임 2년도 안 돼 이준석·김기현 전 대표, 한 위원장까지 여당 대표 3명을 흔들며 여당 줄세우기 논란을 키웠다. 특히 총선 전 위기 타개를 위해 대표로 낙점한 최측근인 한 위원장에 대해 사퇴를 요구한 것은 당을 사적 소유물로 여기지 않고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정당의 자율성을 무력화하는 위헌·위법적 행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 의원들이 공천을 받도록 정무수석에게 지시한 혐의로 징역 2년의 유죄를 선고받은 전례가 있다. 당시 재판부는 “우리 헌법의 근본 가치인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정당의 자율성을 무력화시키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의 행위도 이 판단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의 사천(私薦) 문제를 들고 있지만 구차하다. 여권 내 위상, 대통령과의 관계로 볼 때 한 위원장이 이 정도 사안으로 축출 대상이 될 리 없다. 충돌 원인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입장차임을 모르는 국민이 없을 것이다.
한 위원장은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결’을 언급했고, 김 여사를 프랑스 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 빗댄 김경율 비대위원을 공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김 여사는 정치 공작의 피해자’라는 입장인 윤 대통령이 배신감을 느꼈다는 게 상식적인 해석이다. ‘김건희 성역’을 건드리면 누구라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엄포에 다름 아니다.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당무에서 손 떼고 국정을 ‘김건희 방탄’ 후순위로 두는 몰염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태의 수습은 대통령의 직접 사과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 위원장도 ‘김건희 특검법’ 국회 재의에 협력하는 것이 ‘국민을 보고 나서겠다’는 각오가 진심임을 입증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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