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규제 혁파] 보조금 경쟁으로 단말기값 인하 기대···'호갱' 막을 보완책 필요
이통사 추가보조금 제한 없어져
'성지'서 값싼 휴대폰 구매 가능
정보 비대칭성 따른 피해 우려도
정부가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시행한 지 10년 만에 폐지하기로 한 것은 이동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을 유도해 휴대폰 단말기 가격을 떨어뜨려야 가계통신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동통신사들에 중저가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하는 것도 통신비를 인하하는 효과가 있지만 보조금을 늘려 단말기를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비자 편익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단통법을 폐지할 경우 과거처럼 ‘정보 비대칭성’에 따른 소비자 간 차별이 재연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적 규제로 이통사 간 경쟁 사라져 통신비 증가=정부가 22일 생활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폐지 방침을 세운 단통법은 그동안 존폐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법으로 꼽힌다. 단통법은 단말기 시장의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2014년부터 시행됐다. 과거 휴대폰을 살 때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판매점별로 제각각이었다. 관련 정보가 풍부한 소비자는 단말기를 싸게 살 수 있었지만 노인 등 정보가 부족한 이들은 제값을 주고 구매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 같은 소비자 차별 문제와 함께 이통사 간 출혈 경쟁으로 인한 혼탁한 시장 분위기도 단통법 도입에 한몫했다.
단통법에 따라 통신사는 휴대폰 구매 지원금인 ‘공시지원금’을 주기적으로 공개해야 했으며 대리·판매점이 덧붙여 제공하는 ‘추가지원금’을 공시지원금 대비 15%까지만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는 자급제 소비자를 위해 통신요금의 25%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할인제도도 도입됐다. 단통법 시행으로 소비자 차별 문제가 상당 부분 개선됐으나 정부가 이통사들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강제함으로써 업체 간 경쟁을 저해하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볼 수 있는 혜택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마케팅 비용을 덜 쓰게 된 통신사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나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예전에는 일부는 단말기를 싸게 구입할 수 있었지만 단통법으로 인해 모든 국민이 비싸게 단말기를 구입하게 됐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실제로 2014년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약 1조 6000억 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이들의 영업이익 규모는 4조 원을 넘어서는 상황이다. 제조사들이 값비싼 플래그십 스마트폰 위주로 제품을 출시한 것도 단통법 폐지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는 단말기 제조 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로 굳어진 가운데 출고가가 크게 올라간 상황에서 통신사와 판매점의 단말기 지원 수준을 높임으로써 결과적으로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지원금 늘면 단말기 가격 인하···국회 문턱 넘어야=단통법이 폐지되면 휴대폰 구매 부담이 이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보조금을 과다하게 지급해 불법으로 취급받았던 이른바 ‘판매 성지’를 양지로 끌어올릴 수 있다. 가령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갤럭시 S24’의 경우 통신사들의 공시지원금은 최대 24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15%의 추가지원금을 받아도 소비자는 3만 6000원을 추가로 제공받는 수준에 그친다. 반면 기기 출고가가 약 170만 원에 이르는 제품의 경우 단말기 가격을 매우 낮게 책정한 판매점에서는 추가지원금을 40만 원 이상 받을 수도 있다. 추가지원금 한도를 폐지하면 이통사는 물론 대리·판매점 간 판촉 경쟁이 벌어져 단말기 값이 떨어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단통법 폐지와 관련해 과제도 적지 않다.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요금의 25%를 깎아주는 선택약정은 통신비 부담 완화에 효과가 있는 만큼 존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선택약정의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규정을 이관해 소비자 혜택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폐지하기로 한 지원금 공시 규정과 관련해서는 추후 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단통법 폐지로 통신사들이 지원금 경쟁에 뛰어들지도 미지수다. 통신 시장의 점유율 구도가 고착화한 상태여서 무리한 경쟁을 펼칠 필요가 없는 데다 이통사들이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강화하면서 ‘탈통신’에 나선 상황이다. 야당이 다수인 국회 문턱도 넘어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 차별 등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해주는 장치를 해제한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도 추가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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