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 100억 드는 나전칠기박물관 추진에…지역단체 “무리한 사업” 반발

김용희 기자 2024. 1. 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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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시가 손혜원 전 의원의 나전칠기 기증 작품으로 100억원대의 예산이 드는 한국나전칠기박물관(가칭) 건립을 추진하자 지역 단체들이 재정 상황에 맞지 않는 무리한 사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태관 목포문화연대 대표는 "나전칠기는 목포를 대표하는 예술이 아니며 손 전 의원이 기증한 땅으로도 전시 공간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며 "목포시는 명분도 없이 100억원대 박물관을 강행하기보다는 '시민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해 시민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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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시가 목포자연사박물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현대한국나전 36인전’ 특별전. 목포시 제공

전남 목포시가 손혜원 전 의원의 나전칠기 기증 작품으로 100억원대의 예산이 드는 한국나전칠기박물관(가칭) 건립을 추진하자 지역 단체들이 재정 상황에 맞지 않는 무리한 사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목포시는 근현대 나전칠기 공예품을 전시하는 국내 최초의 공립 나전칠기박물관 건립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시는 지난해 3월 한국나전칠기박물관 건립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한 뒤 같은 해 5월 손 전 의원,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과 ‘나전칠기 공예품 및 부동산 기증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손 전 의원 쪽은 근현대 나전칠기 공예품 321점과 근대역사의 거리(대의동)에 있는 토지 10필지(598㎡), 건물 8개 동(490㎡)을 기증했다. 2018년부터 손 전 의원은 20여년간 수집한 국내외 나전칠기 작품을 목포시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이번 협약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시는 지난 10일 나전칠기박물관 건립에 관한 공청회와 함께 11~19일 누리집과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박물관 위치·규모·운영방안 등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목포시는 공청회에서 밝힌 후보 지역 4곳 중 첫번째로 손 전 의원이 기부한 토지를 내세웠다. 933㎡를 추가 매입해 1531㎡(464평) 규모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후보 지역은 목포문화도시센터(1199㎡), 조선내화 옛 목포공장 터(990㎡), 신안교육청(2215㎡) 등이다. 박물관 건립 예상 예산은 부지 확보 예산을 제외하고도 100억원(3300㎡ 기준)으로 추정됐다. 목포시는 이달 중 문화체육관광부에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 평가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국나전칠기박물관 건립 후보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목포시 근대역사의 거리(대의동).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이에 대해 문화예술단체와 시의회에서는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목포시의 재정자립도는 2023년 기준 18.7%로 낮은데다 시내버스 공영제를 위해 210억원어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100억원대 박물관을 지으면 목포시 재정을 더욱 열악하게 한다는 것이다. 나전칠기박물관 건립 뒤 매년 발생하는 운영·관리 비용 등에 대한 문제도 나왔다. 시의회도 지난해 목포시가 박물관 건립 전까지 작품을 보관할 수장고 조성 예산 5억1천만원을 요구하자 예산이 과도하다며 80%를 삭감한 1억원만 편성하기도 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박홍률 목포시장과 손 전 의원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목포시가 박물관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이 당선될 때 손 전 의원은 박 시장의 부인과 함께 화환을 목에 건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손혜원 전 국회의원(왼쪽)과 박홍률 목포시장이 지난해 5월17일 ‘나전칠기 공예품 및 부동산 기증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목포시 제공

정태관 목포문화연대 대표는 “나전칠기는 목포를 대표하는 예술이 아니며 손 전 의원이 기증한 땅으로도 전시 공간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며 “목포시는 명분도 없이 100억원대 박물관을 강행하기보다는 ‘시민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해 시민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임진택 목포시 도시문화재과 역사공간조성팀장은 “기증받은 나전칠기 작품 중 100점은 무형문화재 보유자 작품으로 예술성 가치가 뛰어나기 때문에 박물관을 지으면 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2018년부터 손 전 의원이 기증 의사를 밝혔고 2022년부터 추진했기 때문에 성급하게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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